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기업이 회사를 매각한 뒤 전 직원에게 1인당 평균 6억원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민든에 위치한 전력 장비 제조업체 파이버본드는 최근 대기업 이튼에 매각됐습니다.
파이버본드의 창업자 가족이자 최고경영자인 그레이엄 워커는 매각 대금 17억 달러(약 2조 4531억원) 중 15%를 직원들과 나누겠다는 조건을 인수 협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그 결과 540명의 정규직 직원 모두에게 총 2억 4000만 달러(약 3463억원)가 배분되어, 1인당 평균 44만 3000달러(약 6억 3900만원)의 보너스가 지급되었습니다.
특히 장기 근속자들은 수십 년간의 헌신을 인정받아 더 많은 금액을 받았으며, 65세 미만 직원의 경우 5년에 걸쳐 분할 지급받게 됩니다.
워커는 "함께 고생한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지 않고 지역 식료품점에 가는 것은 양심에 가책이 느껴질 것 같았다"고 보너스 지급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파이버본드 CEO 그레이엄 워커 / Youtube 'Fibrebond'
실제로 30여 년간 근무하며 시급 5달러로 시작했던 한 직원은 이번 보너스로 주택 담보 대출을 완전히 상환하고 개인 사업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이버본드는 1982년 워커의 아버지 클로드 워커가 창업한 전화·전력 설비 구조물 제조업체입니다.
회사는 1998년 공장 화재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공장 재가동에 몇 달이 걸리는 동안에도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0년에는 수요 급증으로 호황을 맞는 듯했으나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존폐 위기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900명이던 직원 수가 320명까지 줄어들었지만, 가족 같은 사내 분위기와 직원들의 충성심이 회사를 지탱했습니다.
워커는 형제와 함께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을 맡으며 사업을 재정비하고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CEO에 취임한 후에는 과거 해고되었던 직원들을 다시 불러들이기도 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파이버본드는 개인 성과 대신 집단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침으로 협력 문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이후 2020년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에 투자했고, AI(인공지능) 수요가 늘며 5년간 매출이 400% 가까이 성장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워커 CEO는 연말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직원들이 마지막 보너스로 어떻게 삶을 바꿨는지 앞으로도 그 소식을 자주 듣고 싶다"며 "내가 여든 살쯤 되었을 때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가 적힌 이메일을 받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현지 언론은 "기업 매각 과정에서 지분이 없는 일반 직원들에게 이 정도 규모의 현금 보너스가 지급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인구 1만 2000명의 소도시인 민든 지역 상권도 유례없는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