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수도 뉴델리가 극심한 독성 스모그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대기질 지수가 위험 수준을 크게 넘어서면서 항공편과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의료진들은 시민들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15일(현지 시간) AP통신과 ABC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뉴델리는 최근 수주간 지속된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교통 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항공편 40여 편이 결항되었고, 열차 50여 편이 연착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스모그로 인한 시야 확보 불가로 도로 교통 역시 혼잡을 빚고 있어, 현지 주민들은 "도시 전체가 스모그에 잠겼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도 뉴델리에서 한 통근자가 심한 대기 오염 속에서 걷고 있다 / GettyImages
인도 중앙오염통제위원회(CPCB)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뉴델리의 대기질 지수(AQI)는 450에 근접했습니다. 이는 모든 연령대에게 건강 위험을 초래하는 '응급 단계' 기준인 300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의 20배를 초과하는 극한 상황입니다.
현지 의료기관들은 호흡기 질환 환자들의 급증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호흡 곤란과 안구 자극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병원을 찾고 있으며, 맥스 헬스케어(Max Healthcare)의 나레쉬 당 의사는 "지금 뉴델리는 가스실이나 다름없다"며 "공기 청정기는 거들 뿐,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뉴델리를 방문한 관광객들도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 관광객은 "작년에도 공기가 나빴지만 올해는 차원이 다르다"며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으로 연기가 들어오는 게 느껴질 정도"라고 증언했습니다.
인도 당국은 비상 대응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건설 공사 전면 중단과 경유 차량 운행 제한 등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도로에는 살수차를 투입했고, 일부 학교와 직장은 휴교 또는 재택근무로 전환했습니다. 앞서 10월에는 인공강우를 통한 '구름 씨뿌리기' 실험도 진행했으나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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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독성 스모그의 주요 원인으로 '대기 정체' 현상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인근 지역 농작물 잔재물 소각으로 발생한 연기가 찬 공기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에 노후 경유차 매연, 건설 분진, 산업 배출가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대기질 모니터링 기업 아이큐에어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10곳 중 6곳이 인도에 위치하며, 그중 뉴델리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의학 저널 랜싯(Lancet)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장기간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어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인도 당국의 대응 방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세계기후보건연맹의 슈웨타 나라얀 씨는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며 "정부가 체계적인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