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서 발생한 유대교 행사 총기 테러 사건에서 극단주의 무슬림 부자 테러범의 공격으로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맨몸으로 테러범을 제압해 더 큰 참사를 막은 영웅이 시리아 출신 무슬림으로 밝혀져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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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 시간) 호주A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14일) 테러 현장에서 테러범에게 다가가 제압하는 용감한 행동을 보인 시민은 시리아 출신 무슬림 아흐메드 알아흐메드(43세)로 확인됐습니다.
인근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 아흐메드는 아버지 총격범에게 맨몸으로 달려들어 총기를 빼앗으며 추가 피해를 막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총격범의 총격을 받아 어깨에 부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시 촬영된 현장 영상을 보면, 아흐메드가 아버지 총격범 사지드 아크람을 뒤에서 기습 공격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The Week
격렬한 몸싸움 끝에 총기를 빼앗는 데 성공했고, 사지드는 바닥에 넘어졌습니다. 이후 아흐메드는 다른 시민과 함께 도망치는 사지드를 나무 뒤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인근 다리 위에 있던 아들 총격범 나비드 아크람이 아흐메드를 향해 총격을 가했습니다.
아흐메드의 부모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어깨에 4~5발의 총을 맞고 수술을 두 번 받았다"며 "아들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다며 자책하며 울었다"고 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용감한 분이 나서서 총격범 한 명을 정면으로 공격해 많은 생명을 구했다.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레딧 등 SNS에서는 "그가 진정한 호주인이다", "무공 훈장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Reddit
범인들의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호주 당국은 이들이 테러 직전 IS에 충성을 맹세했으며, 차량에서 IS 깃발이 발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벽돌공으로 일하던 아들 총격범 나비드는 2019년 호주 정보기관으로부터 호주 내 IS 조직원과의 긴밀한 관계 혐의로 조사받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아버지 사지드는 1998년 학생 비자로 호주에 입국해 2001년 배우자 비자를 받았으나, 이후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CBS는 사지드 아크람이 파키스탄계 호주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지드는 총기 여섯 정을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었으며, 평소 나비드와 함께 동물 사냥을 했다고 합니다.
당국은 외부 세력의 조직적 테러 여부도 조사할 방침입니다. 이번 참사로 사지드를 제외하고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1996년 35명이 숨진 총기난사 사건 이후 호주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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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중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 이민자인 알렉스 클레이트먼(87세)으로, 그의 부인 라리사 클레이트먼은 "갑자기 '쾅쾅' 소리가 나면서 모두 쓰러졌다. 남편이 나를 보호하려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가 총에 맞은 것 같다"고 증언했습니다. 희생자 중에는 10세 아이도 있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은 호주 정부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됐다며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참사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반유대주의는 지도자들이 침묵할 때 퍼지는 암"이라며 "당신들(호주 정부)은 이 병이 퍼지게 놔뒀고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본 끔찍한 유대인 공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참사를 "악랄한 반유대주의 범죄"로 규정하고 후속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