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31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압박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정치적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내린 고육지책으로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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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민주당이 이날 열린 임시회의에서 해산을 의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는 약 100명의 당원이 참석했으며, 일부는 대리 투표로 참여했습니다. 총 121표 중 97%에 달하는 117표가 해산에 찬성했고, 4표는 백지 투표로 처리됐습니다.
로킨헤이 민주당 대표는 "지난 30년간 당을 확고히 지지해준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홍콩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온 것이 가장 큰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30년의 폭풍우를 견뎌낸 후, 민주당은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순간에 이르렀다"면서도 "우리는 이 30년의 신념과 인내가 홍콩 역사에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로 대표는 정치적 환경을 이유로 구체적인 해산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의 해산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2020년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잇달아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해에는 민주당 출신 전직 입법회 의원 4명이 홍콩법원으로부터 민주 진영 예비 선거를 조작하고 국가 전복을 모의했다는 혐의로 최고 징역 6년 9개월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모든 공직 선거 참여가 좌절됐으며, 후원 모금 행사도 열지 못하고 축제 참여도 무산되는 등 정당으로서 존립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모두 제한된 상태였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홍콩 입법회나 구의회에 소속 의원이 단 1명도 없는 상황입니다.
양숭 전 민주당 대표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중국 본토 관리들이 당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자신에게 연락했다고 공개했습니다.
홍콩 민주당
그는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직면했고 상황을 평가한 후 해산을 결정했다"며 "민주당의 해산은 홍콩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에서 권위주의 사회로 퇴보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해온 정당들의 해산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시민당이, 올해 6월에는 사회민주당이 각각 해산했습니다. 홍콩 민주당도 지난 2월 지도부가 해산에 동의한다고 결정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해왔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민주파 정당으로는 홍콩민주민생협진회가 유일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