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3일(토)

'정자 기증'으로 이미 197명 태어났는데... 알고 보니 '희귀 암 유발 유전자' 보유

유럽의 한 정자 기증자가 희귀 유전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최소 197명의 아이들 중 일부가 암에 걸렸고, 심지어 사망한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BBC와 CNN 등 외신들은 2005년부터 학생 신분으로 정자를 기증해온 한 남성이 TP53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돌연변이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기증자는 정자 기증 당시 건강에 이상이 없었으며 관련 검사도 정상적으로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후속 조사에서 암 억제 기능을 담당하는 TP53 유전자에 희귀한 변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TP53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면 암을 막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며, 이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평생에 걸쳐 약 90% 확률로 암에 걸릴 위험이 있으며, 특히 소아암과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기 조사에서는 이 기증자의 정자로 8개 유럽 국가에서 최소 67명의 아이가 태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중 23명이 TP53 돌연변이를 물려받았고, 그 중 10명은 뇌종양이나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BBC를 비롯한 14개 유럽 공영방송사들이 추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이 기증자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는 최소 197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BBC는 "모든 국가의 자료가 확보되지 않아 실제 수치는 더 클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암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남성은 덴마크의 민간 정자은행인 '유러피안 스펌뱅크'(ESB)에만 정자를 제공했지만, 그의 정자는 이후 14개국 67개 클리닉으로 배송되어 사용됐습니다.


스태퍼드셔 테리어,5대 맹견,강아지 신생아 사고,신생아 반려견 사고,반려견에 물려 숨진 아기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태어난 아이들 중 정확히 몇 명이 TP53 돌연변이를 유전받았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런던 암 연구소 암 유전학과 클레어 턴불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극히 드문 두 가지 상황이 매우 불행하게도 동시에 일어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1만 명 중 1명 미만에게 발생하는 매우 희귀한 유전 질환 돌연변이를 가진 기증자의 정자가 이처럼 많은 아이들의 출산에 사용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럽 정자은행 측은 "기증자 본인과 가족에게는 질병이 없었으며, 이러한 돌연변이는 유전자 검사로 미리 발견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정자 문제가 확인되는 즉시 해당 기증자를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