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8일(월)

지진 현장 구조대원-피해 소녀, 17년 뒤 부부로... "그때는 그녀를 구했고, 지금 내 삶의 빛이 됐다"

중국에서 2008년 원촨 대지진 당시 구조된 여성이 자신을 구해준 군인과 17년 만에 재회해 결혼이라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습니다.


인사이트icswb.com


8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중국 남부 후난성 창사에서는  37쌍의 커플이 합동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날 다른 커플들과 함께 결혼식을 올린 량지빈과 류시메이 부부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현지 누리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신랑 량지빈(37)은 2008년 원촨 대지진 당시 22세 군인으로 구조 활동에 투입되었습니다. 당시 10세 소녀였던 류시메이는 무너진 건물 2층에서 철근과 벽돌에 깔린 채 갇혀 있었습니다.


인사이트2008년 원촨 대지진 현장 / SCMP


량씨와 구조팀은 4시간에 걸친 구조 작업 끝에 류씨를 안전하게 구출해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회복 후 류씨와 가족은 후난성 주저우로 돌아갔습니다. 류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나는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흐릿한 어떤 인물의 이미지만 남아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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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운명적인 재회는 약 12년이 흐른 2020년에 이루어졌습니다.


22살이 된 류씨가 창사의 한 식당에서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할 때였습니다. 류씨의 엄마는 옆 테이블의 남성을 보더니 "저 남자, 너를 구했던 군인과 똑같아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들은 류씨는 곧바로 그 남성에게 다가가 "량 오빠? 량 오빠 맞죠?"라고 물으며 아는 척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량씨는 류씨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량씨는 "너무 많이 달라져서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날 밤 류씨는 용기를 내 먼저 량씨에게 연락처를 물었고, 이날부터 두 사람은 일상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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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류 씨는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고, 용기를 내 량씨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류씨는 이에 대해 “그를 사랑하게 된 건 고마움 때문이 아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 사람이 내 삶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량씨 역시 류씨의 진심에 깊이 감동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녀는 내 삶을 비추는 한 줄기 빛이다. 힘들 때마다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고, 인생은 여전히 희망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며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그는 "그때는 사람을 구하는 게 내 의무였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다.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라며 "12년 전, 나는 그녀를 구했고, 12년 후, 그녀는 내 삶의 빛이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연이 공개되자, 현지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뜨거운 축하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한 누리꾼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 같다"고 감탄했으며, 또 다른 누리꾼은 "잔해 속에서 시작해 결혼식에서 완성된 사랑 이야기. 뭉클하다"며 깊은 감동을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