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소아백혈병을 완치한 여성이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시어머니로부터 과거 병력을 이유로 한 결혼 반대에 직면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0년 전 걸린 백혈병 때문에 결혼 반대'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글을 작성한 A씨는 6살 때 소아백혈병을 앓았지만 부모의 헌신적인 돌봄으로 완치되어 현재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남자친구와의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예비 시어머니를 만났던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예비 시어머니가 "아팠던 적이 있느냐"고 묻자 A씨는 솔직하게 과거 소아백혈병 병력을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예비 시어머니는 "결혼해 아이 낳으면 손주도 너처럼 백혈병 아니냐"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어진 발언이었습니다. 예비 시어머니는 "네가 다시 백혈병 걸리면 내 아들이 고생한다"고 말했으며, 심지어 "네 부모는 뭘 먹여 키웠길래 애가 백혈병 걸리냐"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A씨는 전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A씨는 "결혼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게시글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일부는 "애 낳아 길러본 사람들은 유전이 얼마나 강력한지 안다"며 예비 시어머니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백혈병은 실제로 유전되는 질환일까요? 의학계의 견해는 명확합니다. 백혈병은 조혈기관인 골수의 정상 혈액 세포가 특정 원인으로 암세포로 변해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혈액암입니다.
백혈병 세포는 무한 증식하여 정상적인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생성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정상 혈액세포 수치가 감소하여 신체 곳곳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A씨가 겪었던 소아백혈병은 전체 소아암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소아백혈병은 부모에게서 직접 유전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입니다.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회수 교수는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소아백혈병 환자에게서 유전자의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는 있으나 부모에게서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또한 임신 중 식습관이나 생활환경이 소아백혈병의 원인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윤 교수는 "가정의 식습관이나 생활환경도 상관없다"며 "만약 부모 및 생활환경이 원인이라면 한 가정에서 자란 형제·자매가 같은 소아암에 걸려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없으므로 아이의 소아암 진단으로 부모가 죄책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아암의 치료 성과도 주목할 만합니다. 소아암은 종류에 따라 치료기간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치료 후 3~5년 추적관찰을 했을 때 재발이 없으면 완치 판정을 받습니다. 성인암과 달리 완치율이 높은 편으로, 일반적으로는 70~80% 완치됩니다. 특히 치료가 잘 되는 급성 림프모구백혈병의 경우 80~90%까지 치료가 가능합니다.
다만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병이 있기 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소아암 생존자의 60~75%는 평생 적어도 한 개 이상의 후기 합병증을 겪으며, 그중 30~40%는 정도가 심한 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합병증은 치료 직후가 아니라 수십 년 뒤에 발생하기도 해, 소아암 생존자는 6개월~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관리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