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에 분노한 의료계... "환자 전혀 고려않는 법안"

응급실 환자 수용 거부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두고 응급의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지난 4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구급대원의 전화를 통한 응급실 수용 능력 확인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응급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상황 발생 시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해야 합니다. 또한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당직체계 유지를 의무화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전담 당직 전문의 등을 최소 2인 1조로 근무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응급환자의 최종치료를 위한 질환군별 전문의 배치 의무화 조항도 포함됐는데요. 하지만 응급의학계는 이러한 법안에 대해 "환자의 예후와 치료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응급실 뺑뺑이 관련 법안은 지금껏 현장을 지켜온 응급의학전문의들을 토사구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메르스부터 코로나까지 응급실 현장을 지켜온 응급의학과 의사들 입장에서는 과도한 규제 강화에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의정 갈등 이후 응급의학과 전공의 복귀율이 50%도 안 되는 등 응급의료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인사이트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 뉴스1


응급의학과 미래연구소가 전문의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심각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응급의학 전문의 60%가 '5년 이내 응급의학과를 떠나겠다'고 답했으며, 이 회장은 "법안이 적용된다면 떠나는 응급의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이 받을 수 있는데 안 받는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며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못 받는 것인데 모든 대책들이 마치 지금 안 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응급실에 강제수용 시 환자의 피해는 불가피하고 응급의료체계는 붕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응급치료와 최종치료의 분리 필요성도 제기되었습니다. 이 회장은 "응급치료와 최종치료가 분명히 다른데 정부는 최종치료의 법적인 책임을 응급 의료진에게 지우려 한다"며 "응급치료만 제대로 해도 면책이 돼야 응급실 수용성이 올라가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사이트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 429회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5.10.26/뉴스1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는 응급의들에 대한 민형사 책임 면책, 취약지 인프라 개선, 최종치료 인프라 구축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이 회장은 "응급치료 제공 시 최종치료와 무관하게 민형사 책임을 전면적으로 면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응급실 과밀화를 막기 위해서는 상급병원의 경증환자 이용을 제한하고 경증응급환자의 의료제공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권역센터나 외상센터 등 언제든 보낼 수 있는 최종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며 "상급병원과 연계해 1차응급처치 후 즉시 전원 가능한 취약지 응급의료기관과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