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중국이 희토류 다음으로 무기화할 수 있는 3대 핵심 산업 분야는?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 외에도 여러 핵심 산업 분야에서 공급망을 독점하며 새로운 경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리튬이온 배터리, 구형 반도체, 의약품 원료 등 3개 핵심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중국이 수십 년간 추진해온 산업 정책을 통해 이들 분야의 공급망을 장악한 후, 저가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이후 수출 통제를 통해 경쟁국들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기차와 가전제품, 에너지저장장치에 필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독점적 지위는 더욱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GettyimagesKorea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GettyimagesKorea


배터리 정보 전문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 자료에 따르면,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닝더스다이(CATL)가 28%, 비야디(BYD)가 1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7%로 3위를 기록했지만, 4위 역시 중국 업체인 이웨이리넝(이브에너지)이 5%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의 배터리 산업 지배력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핵심 소재에서도 나타납니다. 세계 배터리 양극재의 79%, 음극재의 92%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정제된 리튬의 63%, 정제된 코발트의 80%, 정제된 흑연의 98%도 중국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관련 기술의 해외 이전 시 정부 허가를 의무화했으며, 지난달에는 일부 제조 장비와 양극재 수출에도 승인 절차를 도입했습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자동차와 전자제품, 방산 분야에서 여전히 중요한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통계에 따르면, 구형 반도체 제조 능력에서 중국의 비중은 2015년 19%에서 2023년 33%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제조 시설을 확충해왔으며, 각국은 중국의 구형 반도체 과잉 공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넥스페리아를 둘러싼 중국과 네덜란드 간 갈등은 중국의 공급망 통제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기업 윙테크의 자회사인 넥스페리아에 대한 경영권을 박탈하자, 중국 측이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의 수출을 차단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의약품 원료 분야에서도 중국의 공급망 장악력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국제무역센터(ITC) 트레이드맵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의약품 활성 원료 중 소염·진통제 이부프로펜의 90%, 비타민C의 74%,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의 72%가 중국산이었습니다. 타이레놀의 주원료인 아세트아미노펜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공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인도산 복제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인도산 복제약의 활성 원료 상당 부분도 중국에서 조달되고 있어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광범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월스트리트저널은 의약품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어 중국이 직접적인 공급 중단을 위협하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2020년 3월 신화통신이 중국이 의약품·의료용품 수출을 통제할 경우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어 잠재적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