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120억원 규모의 로맨스스캠 피싱범죄를 저질러 현지에서 체포된 강모씨(32)와 안모씨(29) 부부의 배후에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인 중국 범죄조직 '세계홍문역사문화협회(홍문협회)'가 개입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홍문협회는 중국 삼합회 조직인 '14K'의 전 두목이 2018년 캄보디아에 설립한 대규모 범죄 카르텔로, 중국 공산당의 정치 선전 활동과 함께 피싱 범죄, 인신매매, 마약 밀수 등 각종 범죄를 주도하는 조직입니다.
27일 한국경제신문이 확보한 울산지방법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중국인 총책 '콜라'는 지난해 11월 한국인 총책 강모씨에게 1만3000달러(약 1800만원) 상당의 자금을 제공하며 범행용 사무실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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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아내 안씨와 함께 캄보디아 포이펫 지역에 사무실과 숙소를 갖춘 범죄단지를 구축한 후 조직원들을 모집했습니다.
조직원들은 데이팅 앱에 허위 계정을 생성해 '가상화폐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편취하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강씨·안씨 부부는 포이펫 범죄단지에서 약 3개월간 활동하다가 지난 2월 3일 현지 경찰에 체포되어 현재까지 9개월째 송환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콜라와 그의 남편 '닷페이'를 목격했다는 20대 박모씨는 "콜라와 닷페이는 홍문협회 소속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피싱 범죄를 위해 캄보디아 내 여러 범죄단지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범죄단지가 홍문협회 덕분에 단속에서 자유롭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2018년 열린 홍문협회 설립 기념 행사에서 완 콕코이와 캄보디아 장군 사오 소카 / 더 캄보디아 차이나 타임즈
강씨 밑에서 근무하며 콜라를 본 적이 있다는 30대 이모씨는 "콜라는 통통한 체형에 눈썹이 문신을 한 것처럼 진했으며, 40대 정도로 보였고 영어 이름을 'Kele'라고 적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씨는 "콜라는 사무실에 자주 오지는 않았지만 재력 있는 범죄단지 투자자로 알려져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홍문협회는 '부러진 이빨(Broken Tooth)'로 불리는 완 콕코이(70)가 2018년 캄보디아에 설립한 조직입니다.
마카오 최대 삼합회 조직 '14K'의 두목이었던 완은 1988년 마카오 경찰에 체포되어 14년간 복역한 후, 출소 후에는 활동 무대를 동남아로 옮기며 친공산당 인사로 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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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협회는 캄보디아 본부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팔라우, 태국, 우간다,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에 거점을 둔 조직원 30만명 규모의 대규모 범죄 카르텔입니다. 이 조직은 펜타닐 등 마약 밀수, 인신매매, 사이버 사기, 자금세탁 등 다양한 범죄 활동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홍문협회는 표면적으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표방하는 화교 문화교류 단체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범죄 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중국 공산당의 선전 활동과 영향력 확장에 활용하는 조직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6월 "홍문협회는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 깊이 연결된 단체"라고 보도했습니다.
홍문협회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중개, 대만 통일론 홍보 등 정치적 목적의 활동에 깊숙이 개입해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