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한국, 북미·EU·영국·우크라 원전 시장 진출 막혀... "국가 미래·경제 망쳤다"

"50년 묶인 족쇄"... 한수원·한전, 웨스팅하우스 합의로 주요 시장 진출 막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합의문에 따라 북미·유럽 주요국·일본·영국·우크라이나 원전 시장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원전 수출 경쟁력을 스스로 제약한 굴욕적 합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무분별하고 무리한 계약이 대한민국 미래·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진출 가능 국가는 제한, 50년 묶이는 '글로벌 합의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한전은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서 수주 활동 가능 지역을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한수원·한전은 동남아시아(필리핀·베트남),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북아프리카(모로코·이집트),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 요르단,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국 위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체코를 제외한 EU 회원국,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 핵심 시장은 웨스팅하우스 단독 진출이 가능하도록 명시됐습니다. 사실상 한수원은 세계 원전의 '큰 손'으로 불리는 선진국 시장에서 발을 빼야 하는 처지입니다. 


업계에서는 합의 효력이 50년간 유지된다는 점에서 한국 원전의 수출 길이 장기간 봉쇄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거액 보증 신용장까지 부담


합의문에는 재정적 부담도 포함됐습니다. 한수원·한전은 원전 1기당 4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보증 신용장을 웨스팅하우스에 발급하기로 했습니다. 계약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웨스팅하우스가 이 신용장에서 즉시 필요한 자금을 찾아 쓸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뉴스1두코바니 전경 / 뉴스1


한수원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실제로 한수원·한전은 올해 1월 이후 유럽 활동을 축소하고 중동과 아시아 신흥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을 중심으로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한수원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을 앞세운 진출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폴란드 철수 공식화, 국회도 '충격'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폴란드 원전 사업은 철수한 상태"라며 철수 방침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그는 "폴란드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기존 국영기업 사업을 중단하기로 해 철수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회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여야 모두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 원전이 미국 기업에 종속되는 구조"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합의 효력이 반세기 동안 유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술 주도권은 물론 원전 수출 주도권까지 잃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한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 / 뉴스1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한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