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서울대 제자 우재준, 편지 낭독하며 '자중' 호소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배출한 서울대학교 합격생 중 한 명인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전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31일 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전한길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를 읽었습니다.
우 의원은 본인이 2005년 대구 유신학원에서 전씨에게 한국 지리와 국사 수업을 듣던 제자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께서는 제가 서울대에 합격했을 때 밥을 사주신 적 있다. 그때 '네가 제일 잘되길 바라는 사람은 부모님과 선생님이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난다"고 회상했습니다.
지난해 4월 우재준 국민의힘 대구 북구갑 후보가 대구 북구 복현동에 있는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며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이어 "그런데 선생님. 저는 지난겨울, 탄핵에 반대하는 모 학생을 만난 적 있다"며 "그 학생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무기를 들고 헌재를 공격하겠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전한길 선생님이 시켰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선생님의 나라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나라와 제자를 위하는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분명한 잘못이며 결코 가벼운 잘못도 아니다"라며 "그러니 '계몽령'과 같은 말은 틀린 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끝으로 그는 "그러니 선생님, 이제 그만하셨으면 좋겠다. 제자들의 인생을 아끼던 모습으로 이제 그만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메가스터디교육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가야 할 방향은 한동훈 전 대표의 방향이 맞다. 전한길 씨의 방향은 잘못됐다"고 했습니다.
또한 우 의원은 "(당내에) 전한길 씨의 방향에 편승하려는 시도도 있다고 보인다.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관련해 우 의원은 "극우라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긍정하는지 여부로 달라진다고 본다. 많은 분들이 그것을 긍정하진 않는다"며 "(비상계엄을 긍정하는) 전씨가 있다. 상당 부분 설득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저는 비상계엄 해제에 의결한 18명 의원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탄핵에 반대표를 행사한 의원"이라며 "탄핵 반대한 분들도 일부 이해가 가능하다. 그분들을 설득해서 옳은 길로 나아가자고 말할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9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격차해소특위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우재준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뉴스1
다음은 31일 우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전한길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전문입니다.
[전한길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2005년에 대구 유신학원에서
한국지리와 국사 수업을 듣던 제자 '우재준'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께서는
제가 서울대에 합격했을 때 밥을 사주신 적 있습니다.
그때 '네가 제일 잘되길 바라는 사람은
부모님과 선생님이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납니다.
제 기억 속 선생님은 그렇게나 제자를 아끼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저는 지난겨울, 탄핵에 반대하는 모 학생을 만난 적 있습니다.
그 학생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무기를 들고 헌재를 공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전한길 선생님이 시켰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제가 다독인 끝에 그 학생은
그런 행동까지 취하진 않았습니다.
선생님, 저는 서부지법을 습격했던 사람들 중
혹여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있을까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많은 제자들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나라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나라와 제자를 위하는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분명한 잘못이며,
결코 가벼운 잘못도 아닙니다.
그러니 '계몽령'과 같은 말은 틀린 말입니다.
이를 부인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당의 미래도 없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계엄을 긍정하는 취지의 발언은
오해와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
이제 그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자들의 인생을 아끼던 모습으로
이제 그만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5. 7. 31.
제자, 우재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