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양심양산' 사업, 회수율은?
대구시가 폭염 예방을 위해 진행한 양심양산 사업의 회수율이 0%에 그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25일 중앙일보는 지난 23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청 민원실 앞에 '대장을 작성하신 후 편하게 사용하시고 꼭 반납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20개의 양심양산이 비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양산 옆에는 관리 대장이 마련되어 있어 이용자들이 양산번호와 대여 일자, 반납 일자를 기록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는 양산을 대여해주는 동시에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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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진행된 이날은 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을 정도로 무더웠고, 두 시간 만에 비치된 양산의 절반이 대여됐습니다.
문제는 대여가 이뤄진 후, 반납되는 양산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일부 시민들은 대장을 작성하지 않고 가져갔는데요.
달서구청에서 10분 거리에 거주한다는 김모(54)씨는 "더워서 집에 어떻게 갈까 걱정했는데 양심양산이 있어 사용한다"며 "저녁 준비를 해야 해서 당장은 못 돌려주지만, 집이 근처라 일주일 안에는 가져다줄 예정이다. 양심양산은 몇 번 썼는데 마음을 먹어야 돌려주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달서구는 올해 양심 양산 1000개를 구매해 지역 행정복지센터 등 25개소에 배치했습니다. 한 개당 15,900원의 비용이 드는 이 양산들은 '양심'에 회수를 맡기고 있지만, 실제 회수율은 0%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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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 관계자는 "사실상 매년 소진된다"며 "오늘 같이 더운 날만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해 소량 비치해 둔다"고 설명했습니다.
분지 지형으로 여름철 폭염이 심한 대구시는 2019년부터 양산 무료 대여 사업을 시행해왔습니다. 이후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여름마다 양산 열풍이 불었고, 6곳이던 양산 대여소는 2021년에 160곳으로 확대되어 1만2800개의 양산을 대여하는 등 양심 양산 사업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광주, 울산, 부산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 사업을 벤치마킹했습니다.
하지만 반납되는 양산이 거의 없자 대구시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결국 시 주도로 진행되던 양심양산 대여 사업은 최근 각 구·군 단위로 이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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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관계자는 "올해도 양산 쓰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여 사업의 경우에는 각 구·군의 여건에 맞게 시에서 내려주는 폭염 예산 안에서 시행한다"고 말했습니다.
대구 지역 8개 구·군(군위군 제외)은 회수율이 너무 낮아 집계조차 의미가 없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양산 비치 수량도 크게 줄었습니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날 오후, 중구 청라언덕 관광센터와 인근 김광석길 관광센터에는 양심 양산이 비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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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관계자는 "매년 양심양산을 두긴 하는데, 많이 제공하지는 못한다"며 "관광지 특성상 돌아오는 양산이 거의 없다. 올해는 아직 비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구는 지역에서 수거한 불법 현수막 천을 활용해 양산을 제작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동구 관계자는 "양산의 온열 질환 예방 효과가 크기 때문에 무료 대여를 그만두기가 어렵다"며 "양산을 기부받거나 불법 현수막을 재활용해 양산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달서구 관계자도 "'양심'을 강조하면서 회수율을 올리고 양산 쓰기 캠페인 등을 진행해 폭염 대책 효과를 높이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