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색상으로 계층 드러나'... 광주·부산 민생쿠폰 행정에 뿔난 민심
정부가 전국민 대상으로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카드 색상으로 인해 개인의 경제적 사정이 노출되는 사태가 광주와 부산에서 잇따라 발생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인권감수성이 실종된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이자 낙인찍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광주시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3종 선불카드 / 뉴스1
카드 색상 따라 계층 드러나... '분홍·연두·남색'의 낙인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는 지급 금액에 따라 색상이 달리 배부됐습니다. 1인당 18만 원을 받는 일반 시민과 상위 10%에게는 '분홍색 카드', 차상위계층과 한부모 가정에는 '연두색 카드',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남색 카드'가 각각 배부됐습니다. 카드 하단에는 각각의 지급 금액이 그대로 명시돼 있어, 주변에서 누구나 카드 소지자의 경제 상황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시 관계자는 "현장 지급 시 혼선을 줄이기 위해 색상을 달리했다"고 설명했으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낙인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민은 "자녀에게 '우리 가족 차상위 계층이야', '우리 가족 사실 기초수급자야' 알리라는 말이냐"며 "최종 컨펌자 찾아서 문책해야 한다"라고 말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충전 금액까지 노출... 왜 이렇게 창피하게 만드나"
뉴스1
이러한 논란은 부산에서도 불거졌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시에서 배부한 43만 원 충전 선불카드 사진이 게시됐고, 이는 비수도권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된 액수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사진을 올린 누리꾼 A씨는 "충전 금액까지 적어놓는 이유가 뭐냐, 개인 사정으로 자존감이 바닥인데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은 "수급자라고 자존심이 없는 게 아니다", "과거 학교에서 급식비 안 낸 아이들 이름 부르던 느낌", "카드를 내미는 사람은 신경이 쓰인다"며 공감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급식카드에도 학생 이름이 적혀 있어 사용을 꺼렸던 경험을 떠올리며 "지원 정책이 왜 낙인이 되어야 하느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민생쿠폰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는 한 시민은 "이왕이면 온라인으로 신청하겠다"며 "금액 표기까지 있는 실물카드는 꺼려진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즉각 바로잡으라"... 정부, 전수조사 착수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해당 사안을 보고받은 뒤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발상이며 인권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행정편의주의적 조치'라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밝혔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 대통령은 아울러 "즉각 시정을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선불카드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돌입했고, 문제가 된 광주·부산 지역 선불카드에는 카드 색상을 가릴 수 있도록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보완조치에 착수했습니다.
광주시는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개선 방안을 빠르게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생 회복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행정이 시민의 자존감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