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연이은 폭우에 세계유산 등재 7일 만에 수몰된 '반구대 암각화'... 훼손 가속 우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 폭우로 침수된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일주일 만에 울산 울주군의 '반구대 암각화'가 폭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입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19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물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울주군 사연댐 수위는 56.19m를 기록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12일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 중 하나인 가로 8m, 세로 4.5m 크기(주 암면 기준)의 반구대 암각화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입니다.


인사이트반구대 암각화 / 뉴스1


사연댐은 반구대 암각화에서 대곡천을 따라 약 4.5km 상류에 위치해 있는데, 이 댐은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형 댐이기 때문에 큰 비로 저수지가 가득 차면 상류에 있는 암각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53~57m에 위치하고 있어 댐 수위가 53m만 되어도 암각화 일부가 침수되기 시작하며, 57m를 넘으면 완전히 물에 잠기는 구조적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울주군 지역의 집중 호우와 반구대 암각화 침수 상황


최근 울주군 지역에 국지성 호우가 집중되면서 지난 13일 117.8mm, 14일 59mm, 17일 123.2mm 등 많은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12일 46.96m였던 사연댐 수위는 15일 49.48m까지 급속도로 상승했습니다.


비가 잠시 주춤했던 16일에는 49.36m로 소폭 하락했으나, 18일부터 이틀간 100mm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19일 오전 5시에 침수 시작점인 53m를 넘어섰습니다.


인사이트12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니콜라이 네노브 의장이 ‘반구천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선언하고 있다. 2025. 7. 12 / 뉴스1


한국수자원공사는 평소 사연댐에서 천상정수장으로 생활용수를 꾸준히 방류해 댐 수위를 낮게 유지하고, 비 예보 시 공업용수까지 추가로 방류해 수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 댐 유입량이 방류량을 크게 웃돌아 수위 상승은 불가피합니다. 실제로 지난 17일 초당 유입량은 31t에 달했지만, 방류량은 4.5t 수준에 그쳤습니다.


인사이트12일(한국시간)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선사시대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2025.7. 12 / 뉴스1


반구대 암각화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침수되어 훼손 우려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2023년에는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8월 1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총 74일간 물에 잠긴 바 있습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암각화가 침수된 날은 연평균 42일이며, 수자원공사가 적극적인 수위 조절을 하기 이전인 2005년부터 2013년까지는 침수 기간이 연평균 151일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침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021년 댐 여수로(댐 수위가 일정량 이상일 때 여분의 물을 방류하는 보조 수로)에 수문을 설치하는 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너비 15m, 높이 7.3m의 수문 3개를 설치하면 댐 수위를 암각화보다 낮은 52m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제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내년 하반기에 착공한다고 해도 2030년경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때까지 폭우가 또 내리면 침수가 반복되면서 암각화가 지금보다 더 심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보존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