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사우나 가서 뭐해, 지하철 타면 되는데"... 폭염 속 서울 지하철역 51곳 냉방시설 '전무'

폭염 속 서울 지하철역 18.5% 냉방시설 없어


117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 역사 중 상당수가 냉방시설 없이 운영되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지하역사마저 냉방 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폭염 취약계층과 지하철 근무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12일 더팩트가 공개한 김지향 서울시의회 시민권익위원장(국민의힘)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지하철 냉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276개 역사 중 51곳(18.5%)에 냉방시설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중 26개소가 지하역사로, 냉방 보조기기조차 구비되지 않아 폭염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라는 점입니다.


인사이트뉴스1


지하철 냉방 민원, 2년 새 65% 급증... 시민 불만 고조


서울교통공사의 자료를 살펴보면 냉방 관련 민원은 2022년 약 18만1000건에서 2024년에는 30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여름철(6월 1일~7월 8일) 접수된 민원만 해도 14만4000여 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하철 냉방시설 부족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염이 본격화되면서 지하 역사 내 체감 온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열차 내부와 비교했을 때 역사 내부 온도가 5~8도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어, 많은 승객들이 열차에서 내린 직후 심한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사이트뉴스1


예산 부족이 발목... 역사당 500억원 이상 소요


서울교통공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냉방설비를 새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역사 리모델링을 병행해야 하는데, 이때 드는 최소 비용이 500억원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아현역에서 역사 리모델링과 냉방시설 설치를 함께 추진하려 했으나, 약 600억원에 달하는 예산 부담으로 사업이 결국 취소된 사례도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시 차원의 적극적인 예산 투입이 없다면, 시민들의 불편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일반 예비비 1039억원, 재난목적 예비비 2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재원 투입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업 반영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단기 대응 방안으로 오는 8~9월 중 지상 역사 15곳에 냉방 보조기기 60대를 시범 설치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현재 폭염이 극심한 7월에는 이마저도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 여름철 실질적인 체감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