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장에서 한 군인의 용기 있는 증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지난 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는 12.3 비상계엄 당시 합참에 근무했던 박수박(신변보호 요청에 따른 가명) 중령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증인석에 선 박 중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 직후에도 계엄을 즉각 해제하지 않고 합참으로 향했던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특히 합참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잡으라고 했잖아요"라며 질타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중령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회상하며 "일단 '핑계'라는 단어가 기억나고, '그러게 잡으라고, 잡으라고 했잖아요'라는 문장이 기억난다"고 증언했습니다.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뒷받침하는 증언입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2차 계엄 언급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박 중령은 "'다시 걸면 된다'라고 했을 때 '진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넘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당시 받았던 큰 충격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증언을 마치기 직전 박 중령은 소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 뉴스1
그는 "우리 군은 과거 권위주의적 시대의 과오와 단절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이라는 교육을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습니다"라며 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12·3 내란사태를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후배 군인들을 생각하면 참담하다는 심정을 토로한 박 중령은 김 전 장관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군인의 본분에 대해 일침을 놓았습니다.
"저는 군인의 제복은 특정 권력의 사병이 될 때 입으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방패가 되기 위해서 입어야 될 수의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은 청문회장에 무거운 침묵을 가져왔습니다.
박 중령은 "부디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청한다"며 증언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