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한국인은 낮 1시에 퇴근"... 폭염 속 외국인 노동자만 4시까지 일하다 숨졌다

구미 건설현장 첫 출근 베트남 노동자, 체온 40도 넘겨 숨져


지난 7일 오후 5시 30분께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국적의 23세 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오후 4시 작업을 마친 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A씨는 벽에 기대 앉은 상태로 숨져 있었고,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에 달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체온이 40도에 이르면 실신 위험이 커지고, 41도 이상이면 뇌와 심장 등 주요 장기가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망 당일 구미의 한낮 기온은 38.3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A씨는 이날 첫 출근해 오전 8시 30분부터 작업을 시작했으며, 숨질 당시 대부분의 한국인 노동자들은 이미 퇴근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혹서기 탄력근무, 외국인 노동자들은 소외


이 현장에서는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1시에 퇴근하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A씨처럼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런 보호 조치를 요구하지 못한 채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는 9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는 휴식을 보장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평소처럼 작업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을 등한시하는 건설업계 관행이 이번 참사를 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 고용주 형사처벌 가능성도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온열질환 예방 교육 이행 여부 등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외국인을 포함한 근로자가 온열질환으로 숨질 경우, 고용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2시간에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 재심사 요청


한편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일 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재검토 권고로 시행이 지연돼 왔습니다. 


최근 고용부는 재심사를 요청하고, 폭염 속 노동자 안전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