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무원들의 '콜 포비아' 극복 위한 특별 교육
"괜, 실, 번, 죄, 바!"
지난 1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민원기획팀 임유미(42) 주임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청 직원 100여 명은 웃음 지으며 이 독특한 구호를 따라 했다.
이 다섯 글자는 "괜찮으시다면", "실례합니다만", "번거로우시겠지만", "죄송합니다만", "바쁘시겠지만"의 첫 글자를 모은 것으로, 민원 전화 응대 시 대화의 시작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쿠션 화법'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말로 대화를 시작하면 훨씬 부드러운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일종의 '쿠션'을 주는 거죠," 민간 항공사 고객만족팀 출신의 '전화 응대 베테랑' 임씨의 설명에 공무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필기를 했다.
전화공포증에 시달리는 MZ세대 공무원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이날 진행된 '전화 응대 대화법-정서적 설득과 언어 설계 중심 교육'은 서울시가 처음으로 전화 응대를 주제로 마련한 특별 교육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원인과의 전화 통화를 어려워하는 MZ세대 직원들을 위해 특별히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 100여 명 중 약 80%가 20~30대 'MZ 공무원'이었으며, 이들 사이에서 이런 교육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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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콜 포비아(전화 공포증)'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20~30대 사이에서 흔한 현상이 되었다. 취업 포털 알바천국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20~30대 남녀 1186명 중 39.3%가 '전화 통화 시 긴장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직접적인 음성 대화를 불편해하는 이 현상은 공직 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20대 공무원은 "민원인이 전화로 용건을 쏟아내면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며 "업무 중 가장 두려운 것이 민원인 전화"라고 토로했다.
실전 중심의 전화 응대 기술 교육
이날 특강에서는 민원인과 원활한 대화를 이어가는 실질적인 기술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임씨는 "민원인의 이야기에 먼저 공감을 표현한 후 설명을 시작하세요. 이를 'Yes, but(네, 그런데)' 화법이라고 합니다. 공감하고, 상황을 설명한 뒤, 대안을 제시하는 '공상대' 화법이 효과적입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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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을 가정한 '모의 전화 실습'도 진행되었으며, 한 참석자는 "공식처럼 달달 외워서 써먹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임씨는 또한 "전화벨은 세 번 울리기 전에 받는 것이 좋으며, 늦게 받았을 경우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먼저 말하면 상대방도 부드럽게 응대할 것"이라는 실용적인 팁도 제공했다.
교육을 마친 공무원들은 "전화벨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전화 대화법을 배운 것이 처음인데 매우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신입 직원 교육 때도 전화 특강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