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수)

"살려달라" 구조 신고한 선원 그러나 해경은 선장 말만 믿었다... 결국 사망

선원 구조 신고 취소한 선장, 항소심에서 실형 선고


조업 중 양망기에 끼어 심각한 부상을 입은 50대 선원의 구조 신고를 수차례 직접 취소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선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 선원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직접 해경에 "살려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해경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선장의 말만 믿고 출동선을 복귀시켜 충격을 주고 있다.


origin_중국북상태풍피해돌아온어선들.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한 결과, 선장 A 씨(48)는 지난 2023년 11월 29일 오전 9시 43분쯤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선원 B 씨(59)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기소됐다.


충격적인 사고 경위와 구조 요청 방해


B 씨는 같은달 28일 오후 8시 14분쯤 배에서 어구 줄과 함께 양망기에 끼이는 해상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B 씨는 스스로 몸을 일으키거나 걷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으며, 극심한 다리 통증을 호소했다.


사고 직후부터 피해자 사망 전까지의 과정은 충격적이었다. B 씨는 "다리를 많이 다쳐 너무 아프다"며 119 구급대와 해양경찰에 지속적으로 구조를 요청했지만, A 씨는 중간에 끼어들어 이 모든 요청을 무산시켰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A 씨는 해양경찰 상황실과의 통화에서 "피해자는 다리가 아프다고만 한다. 크게는 안 다쳤다. 피해자는 원래 다리가 아픈 사람이다. 지금은 못 가고 내일 아침에 치료받게 하겠다"며 출동을 취소시켰다.


해경 상황실이 A 씨에게 "피해자를 바꿔달라"고 요청하자, A 씨는 '전화 좀 받아보라'며 B 씨가 아닌 다른 선원에게 전화를 넘겼고, 이 선원은 '괜찮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원은 해경 상황실이 제3자를 피해자로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반복된 구조 요청과 비극적 결말


A 씨와 통화를 마친 상황실은 경비정에 "선장과 환자 둘 다 통화했는데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며 복귀 명령을 내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gesBank


B 씨는 해경이 오지 않자 오후 11시 5분쯤 다시 경비정에 전화를 걸었다.


비슷한 시각 다른 119신고로 출동했던 소방대원이 신고자 오해로 B 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도, 전화를 받은 A 씨는 "구급 취소하는 것으로 상황실과 이야기 됐다"며 출동을 거부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B 씨는 29일 오전 4시 5분쯤 다시 경비정에 전화를 걸어 "왜 안 오느냐. 지금까지 안 오면 어떻게 하냐"고 거듭 출동을 요청했지만, 해경은 "선장에게 말하라"는 취지로만 답변한 뒤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납득되게 설명하라"고 말했다.


결국 B 씨는 갑판에 약 12시간 동안 방치된 끝에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B 씨는 양망기 끼임 사고로 갈비뼈 9개와 골반뼈 골절, 몸통 다발성 손상, 복강 내 출혈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의 판단과 향후 전망


간첩 누명 쓰고 고문에 감옥살이까지 한 80대 할아버지, 무죄 판결 직전 숨졌다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심은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고,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지난 24일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A 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경 출동을 취소시켜 피해자가 119와 해경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각 증거를 종합하면 미필적으로나마 유기치사의 고의가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은 뒤늦게나마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나 죄책이 무거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해 25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