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 블랙리스트 연루 인사 재단 대표 임명 논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체부 산하 재단에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계받은 인사를 대표로 임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알박기 인사' 등의 비판 여론이 일자, 유 장관은 지난 25일 사의를 표명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불참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 뉴스1
앞서 지난 23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인촌 장관은 지난해 신설된 '재단법인 국립문화공간재단'의 초대 대표에 우상일 전 문체부 예술국장을 지난 5월 9일 임명했다.
국립문화공간재단은 문체부 예술국장과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등 5명이 이사진으로 참여하는 문체부 직속 기관이다.
문체부 비영리법인현황에 따르면 이 재단은 지난해 12월 9일 법인설립허가를 받았으며,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등 국립문화예술시설을 운영·관리하고 문화적 공간환경을 조성·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단의 주소지는 서울역 인근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서울284(서울 중구 통일로1)로 등록되어 있다.
현재 국립문화공간재단의 홈페이지에는 재단 소개나 공지사항 등 다른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4년 12월 5일 우상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비선실세 정윤회씨 인사창구 의혹'으로 야당 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받던 김종 문체부 2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적힌 쪽지를 건네 파문이 일자 해명 및 사과하는 모습. 2014.12.5/뉴스1
블랙리스트 연루 인사 임명에 문화계 반발
논란의 중심에 선 우상일 전 국장은 2017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조윤선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한강 작가, 봉준호·박찬욱 감독 등이 포함된 명단을 보고한 혐의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인물이다. 또한 2014년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종 당시 문체부 2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쪽지를 건네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우 전 국장이 2023년 출범한 보수 성향 단체 '문화자유행동'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단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유인촌을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 문화예술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자를 지지했던 단체로 알려져 있다.
문화예술계, "문체부 관료주의 대개혁" 요구
이번 인사 문제가 공개되자 문화연대를 비롯한 20여 개 단체들은 25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온전히 국민의 직접민주주의로 윤석열 내란 세력들을 몰아내고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문체부 관료 카르텔의 악행은 거의 막장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며 "진정한 문화강국은 공무원이 문화사업을 둘러싼 권력과 이권을 세습하는 나라가 아니라 다양한 국민이, 문화예술인이 삶의 문화를 만들고 누리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금 문체부에는 '윤석열들'이 너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파행 행정 진상조사 및 정상화를 위한 TF' 구성을 문체부 대상 첫 번째 행정명령으로 실행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