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14년간 '국립공원 여왕'으로 군림해온 호랑이... 암 투병 끝에 마지막 행진 (영상)

전설적 벵골호랑이 '애로우헤드'의 마지막 순간


전설적인 야생 벵골호랑이 '애로우헤드'의 생애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어 전 세계 동물애호가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사망한 이 호랑이의 마지막 걸음걸이는 생명의 강인함과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기록으로 남게 됐다.


인사이트암투병 벵갈호랑이 / 사친 라이 인스타그램


BBC방송이 지난 2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야생동물 사진작가 사친 라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랜섬보어 국립공원에 서식하던 애로우헤드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17일 촬영된 이 영상에는 뼈만 남은 상태로 평소 걷던 습지의 둑 주변을 힘겹게 걷고 있는 애로우헤드의 모습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암투병 중에도 보여준 야생의 위엄


약 2년간 뼈암과 뇌종양으로 투병해온 애로우헤드는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지만, 그 속에서도 야생 맹수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영상 속 애로우헤드는 비록 몇 걸음 걷다 넘어지기를 반복했지만, 자신이 평소 즐겨 찾던 나무까지 힘겹게 이동해 긴 휴식을 취했다고 라이는 전했다.



애로우헤드는 이후 한때 자신이 지배했던 영역으로 들어갔는데, 이곳은 현재 자신의 딸인 리디가 차지하고 있는 구역이었다.


결국 19일, 애로우헤드의 공식 사망이 확인됐다. 사친 라이는 "새끼 때부터 애로우헤드를 지켜봐 왔다"며 "한때 국립공원을 지배했던 강력한 호랑이가 약해진 모습을 보는 것이 가슴 아팠다"고 소회를 밝혔다.


벵골호랑이 보존의 상징이 된 애로우헤드


공식적으로는 T-84라는 개체명을 가졌지만, 뺨에 있는 화살촉(애로우헤드) 모양의 독특한 줄무늬 때문에 '애로우헤드'라는 애칭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그는 거대한 늪악어를 사냥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유명한 호랑이 '마츨리'의 손녀로, 한때 랜섬보어 국립공원 전체를 지배하는 강력한 맹수였다.


인사이트암투병 벵갈호랑이 / 사친 라이 인스타그램


그러나 딸인 리디가 성장하면서 영토 대부분을 빼앗기고 근근이 생활해왔다.


건강이 악화된 이후에도 애로우헤드는 악어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면서 다시 한번 명성을 얻었다.


라이는 "애로우헤드가 악어에 달려들어 두꺼운 악어 가죽을 이빨로 뜯어내는 장면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애로우헤드의 건강이 더욱 악화되자 국립공원 측은 먹이를 제공해왔으나, 애로우헤드의 새끼 중 한 마리가 인간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마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