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배터리 폭발로 신체 90%에 화상을 입은 대학생의 하소연

신체의 90%에 화상을 입고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립대학 3학년 학생이었던 22세 두준하오의 삶은 룸메이트의 전기자전거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해 여름, 졸업 후 가구 설치 사업을 꿈꾸던 두씨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함께 아파트를 빌린 학교 친구 리지아쥔의 부주의로 신체 90%에 심각한 화상을 입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그의 꿈은 산산이 조각났다.

(좌) 화상을 입은 두준하오의 모습, (우) 화상을 입기 전 두준하오의 모습 / 易网

배달 기사로 일하던 룸메이트 리씨는 월 300위안(한화 약 6만 원)에 빌린 전기자전거의 배터리를 집 안에서 충전했다.

두씨는 여러 번 실내에서 충전하는 것은 위험하니 밖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라고 경고했지만 리씨는 말을 듣지 않았다.

CCTV에 포착된 리지아쥔의 모습 / 易网

사고 당일 오전 6시쯤, 그의 우려대로 리씨의 전기자전거 배터리가 폭발해 불이 붙으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했다.

방문 근처에서 리씨는 재빨리 탈출했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복도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리씨가 소화기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과 함께 두씨가 아직 안에 있음을 알면서도 방문을 닫으러 돌아오는 모습이 담겼다.

두씨는 리씨가 방문을 닫아 문이 잠기면서 30분 동안 화재 속에 갇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기자전거를 충전하는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广州日报

고통스러운 회복 과정과 가족의 희생

이 사고로 두씨는 신체 90%에 화상을 입었고 호흡기가 손상돼 한동안 위독한 상태였다.

그는 왼손 손가락 두 개를 절단해야 했으며 지난 10개월 동안 12번의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

두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피부를 이식해 주기 위해 다섯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두 씨는 "부모님은 나를 살리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야 했고, 피부를 기증하는 고통도 겪으셨다"라고 말했다.

(좌) 신체 90%에 화상을 입은 두씨의 모습, (우) 사고 전 두씨의 모습 / 易网

그의 가족은 치료비와 생활비로 총 280만 위안(한화 약 5억 4,500만 원)을 썼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60만 위안(한화 약 5억 원)의 기부금을 받았지만, 두씨의 부모는 "이렇게 계속 돈을 요구할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은 집주인과 배터리 제조업체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리씨의 가족은 형편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단 1만 위안(한화 약 194만 원)만 보상했다.

리씨는 과실로 인한 중상해 혐의로 구금되었으며, 중국 법에 따르면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두씨 아버지가 아들에게 피부를 기증하면서 허리에 남긴 흉터 / 澎湃新闻

침묵을 지키던 두씨는 "리지아쥔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부모님의 희생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두씨는 "제 삶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흉터 치료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최근 정서적 지원을 위해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피부가 회복되어 다시 컴퓨터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올봄에는 대학에서 졸업 사진을 찍는 꿈을 갖고 있다.

두씨의 부모는 "아들이 살아있기만을 바란다"며 "아들이 살 수 있는 한 우리가 돌봐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전기자전거 배터리 폭발 사고는 중국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중국 소방당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전기자전거 관련 화재는 약 2만 1,000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300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화재의 80%는 배터리 충전 중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저품질 배터리, 부적절한 충전 방법, 안전 규정 미준수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기자전거 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주거 공간 내 충전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준수율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안전 전문가들은 전기자전거 사용자들에게 공인된 충전소를 이용하고, 배터리 과충전을 피하며, 손상된 배터리는 즉시 교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