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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경험 숨기고 초보자로 킥복싱 대회 참가해 명문대 유학생 '식물인간' 되게 만든 선수

킥복싱 프로 선수이면서도 이를 숨기고 초보자로 대회에 참가한 선수 때문에 명문대생이 식물인간이 됐다는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인사이트레이젠환과 어머니 잉 리/ CBC


캐나다 명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 유학생이 킥복싱 경기 도중 머리를 여러 차례 맞아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캐나다 C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비극은 지난해 10월 14일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imon Fraser University)에서 열린 2023 서부 캐나다 무술 선수권 대회(2023 Western Canadian Martial Arts Championship)에서 일어났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레이젠환(Lei Zhenhuan, 26)은 토너먼트에 참가해 프로 수준의 킥복싱 선수와 대결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인사이트(왼쪽) 레이 젠환이 2023 서부 캐나다 무술 선수권 대회에서 킥복싱 경기를 하고 있다. / YouTube 'Celly Entertainment'


레이의 어머니 잉 리(Ying Li)는 지난 2월 주최 측과 기타 관련 당사자들을 상대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리씨에 따르면 레이와 대결한 상대 선수는 프로 경험이 있었으며 최근 태국에서 열린 킥복싱 토너먼트에도 참가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초보자 그룹에 배치됐다.


또 해당 선수는 레이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걷어차는 등 규칙을 어겼고 이로 인해 레이는 심각한 뇌출혈을 겪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리씨는 아들이 부상 징후를 보인 뒤에도 이후 경기에 참가해야 했고 이로 인해 상태가 악화돼 구토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CBC


그녀는 "토너먼트 심판과 응급처치 요원에게는 관련 자격이 없었다"면서 "대회 주최 측이 내 아들과 같은 초보 선수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리씨에 따르면 주최 측은 현장에서 적절한 의료 조치를 제공하지 않아 의료 지원 요청이 지연됐고 구급 대원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 90분이 걸렸다.


의료진은 레이가 의식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리씨는 또한 캐나다 세계 가라테 및 킥복싱 연합(WKU)가 이 행사를 합법적으로 승인하지 않았으며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이 시설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도록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현재 혐의는 법정에서 입증되지 않았으며 아직 변호 진술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리씨는 이번 달 추가 치료를 위해 레이를 데리고 중국 베이징으로 떠났다.


그녀는 홀로 레이를 키워온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리씨는 "내 아들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외아들이다. 나는 아들에게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 아이를 이렇게까지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라면서 "아들이 박사 학위를 마치려는 순간 우리의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인사이트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 Talloires Network of Engaged Universities


레이가 재학 중인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는 토론토 대학교, 맥길 대학교와 함께 캐나다 3대 명문 대학교이며, 세계 최상위권 명문 대학으로 꼽힌다.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에 따르면 레이는 베이징 교통대학교와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에서 재료 및 나노과학 학부 과정을 마친 후 2020년부터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있다.


앞날이 창창했던 학생이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현지 누리꾼들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홀로 외아들을 키운 엄마의 심경이 어떨지 가늠도 안 된다", "너무 비극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대회는 프로 선수들의 기록 향상을 위한 대회였던 것 같다. 하지만 학생에게 상대가 프로 선수라는 것을 미리 알리지 않은 것, 프로 선수가 참지 않고 계속해서 때렸다는 점은 너무 이상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