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 뉴스1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언제든 사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재정비하라"고 말한 지 2개월.
사형 언도 이후에 단 한 번도 반성하는 모습 없이 오히려 교도관들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진상을 부렸던 '사형수'들이 눈에 띄게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5년 6월 사형 확정 판결 이후 18년 동안 마치 왕인 것처럼 지냈던 유영철이 '순한 양'이 됐다고 한다.
24일 법조계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사형이 확정된 연쇄 살인범들을 모두 수용하고 있는 서울구치소에 근무중인 교도관들은 최근 눈에 띄게 업무가 편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영철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교도관들에 따르면 출장 마사지사 여성 등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53)은 최근 완전히 순한 양이 됐다.
지난 9월 '사형 집행 시설'이 있는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뒤에는 대구교도소 시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분고분'해졌다고 한다.
유영철은 2005년 6월 사형 확정 판결 뒤 "어차피 더 잃을 것이 없는 사형수다" "난 사이코다"라며 툭하면 단독 행동을 일삼아 골칫거리였다. 교도관을 폭행하는 일도 많았다.
뉴스1
동료 재소자들에게도 폭력을 일삼아 모두가 그를 피해 다닐 정도였다.
그런 유영철이 최근 갑자기 모범수처럼 행동하는 이유는 뭘까. 그에게 물어본 바 없어 100%는 아니지만, 한동훈 장관의 전격 조치 이후에 이 같은 행동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한 장관은 서울구치소·부산구치소·대구교도소·대전교도소 등 사형 집행시설을 보유한 4개 교정기관에 "사형 제도가 존속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사형 시설을 언제든 집행 가능한 상태로 재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유영철과 정형구를 대구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다.
서울구치소 / 뉴스1
정형구는 자신들이 탄 차를 추월한다는 이유로 차에 타고 있던 신혼부부를 엽총으로 사살해 사형을 확정받은 사형수다.
한 장관의 조치에 따라 아내와 장모등 10명을 죽인 강호순, 9명을 살해한 정두영 등 연쇄살인범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 있게 됐다.
실제로 사형이 집행될 수 있는 분위기가 감돌자 사형수들의 행동이 돌변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강호순 / 온라인 커뮤니티
유영철 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거의 모든 사형수들이 과거보다 통제를 잘 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은 1997년 12월,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형을 집행한 뒤 단 한차례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故 김대중·故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으로 이어져 오는 동안에도 이 기조는 이어졌다.
이 때문에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정형구 / MBC
또한 UN이 지난해 1월 사형을 공식적으로 폐지할 것을 촉구했으며, EU는 사형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회원으로 받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사형 집행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지도 않는다.
다만 법무부는 실질적 사형제 폐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형제가 헌법에 부합하고 형사정책적으로 중대범죄를 억제하는 '위하효과'도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