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사형 선고를 받고 사형 집행을 기다리다 '자연사(지병, 노화, 자살 모두 포함)'한 사람이 지난 25년간 1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도 상당수의 인원이 사형 집행을 기다리며 국민들의 세금으로 먹고 자는 등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법무부는 "199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사형집행이 아닌 병사, 자살 등 기타 사유로 사망한 사형확정자는 총 12명"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6년 1명, 2007년 2명, 2009년 4명, 2011년 1명, 2015년 2명, 2019년·2021년 각각 1명의 사형수가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숨졌다.
2019년 70세의 나이로 숨진 이모씨는 1999년 사형을 선고받은 뒤 20년 동안 사형 집행 대기를 했다.
그는 부인과 내연관계라 의심한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1999년 2월 사형이 확정됐었다. 2019년 7월 서울구치소에서 사형 집행 대기 중 지병으로 숨졌다.
같은 기간 감형된 사형수는 19명. 형법 제55조(법률상 감경)에 따라 무기징역으로 감형 받거나 2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감형됐다.
사망자 및 감형자 제외 후 남아있는 사형수는 총 59명이다. 이 중 4명은 군형법에 의거해 사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경우 교도소 혹은 구치소에서 미집행자로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1997년 12월,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형을 집행한 뒤 단 한차례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故 김대중·故 고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으로 이어져 오는 동안에도 이 기조는 이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은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법무부는 실질적 사형제 폐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형제가 헌법에 부합하고 형사정책적으로 중대범죄를 억제하는 '위하효과'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형벌 종류와 제도로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집행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7월 국회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사형제는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해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25일까지 입법예고했다. 현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징역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으로 구분해 형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입법예고가 끝나면 국무회의, 국회 심의·의결, 공포 등의 후속 절차가 남아있다.
한편 가장 최근 사형이 확정된 범죄자는 '임병장 사건'으로 익히 알려진 임모 병장이다.
그는 2014년 강원도 최전방 부대인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뒤 국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한 장관은 최근 사형수 유영철과 정형구 대구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다. 서울구치소는 실질적인 사형 시설을 사용 가능한 유일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