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지적장애 할아버지 소처럼 '쟁기질'시키며 10년 동안 노예로 부린 청주 농민

인사이트KBS경인 '뉴스광장'


[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충북 청주의 한 농촌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70대 노인이 이웃 주민으로부터 수년간 노동 착취를 당해왔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7일 KBS 뉴스광장 보도에 따르면 노동 착취 정황은 지적 장애를 가진 70대 남성 A씨 아들이 아버지가 걱정돼 집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가 우연히 포착됐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다리를 절뚝이며 한 남성이 쟁기를 끌고 있고 그 뒤를 한 남성이 따라가며 밭을 가는 모습이다.


인사이트KBS경인 '뉴스광장'


다리를 절뚝이며 쟁기질을 하는 것이 A씨다. A씨에게 일을 시킨 건 이웃집 남성이었다.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0여 년 동안 쟁기질뿐만 아니라 이웃집 남성의 온갖 힘든 농사일을 도맡아 왔다.


한 마을 주민은 "A씨가 땡볕에 고추를 안 따면 그 집 농사를 못 짓는다고 할 정도다"라며 "뒤에 소처럼 쟁기를 달아서 거기도 다 갈았다"고 말했다.


인사이트KBS경인 '뉴스광장'


하지만 A씨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임금은)안 준다. 음료수나 콜라 준다"며 "거기서 일하면 여기가(허리) 딱 부러진다. 등허리"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웃집 남성은 A씨 명의로 나온 160만 원 상당의 면세유도 본인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웃집 남성은 임금을 줄 정도로 심한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일한 시간이 종일 한 적도 없고 종일 할 일도 없다"며 "고춧가루도 열 번씩 빻아서 주고 고구마도 주고 감자도 줬다. 너무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이웃집 농사를 힘겹게 돕는 모습을 본 아들은 눈물을 보였다.


아들은 "아버지가 지적 장애인인데 어떻게 보면 학대받은 것"이라며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A씨의 가족들은 A씨가 수년간 심각한 노동 착취를 당해왔다고 주장하며 장애인 인권 단체 등과 함께 학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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