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핵실험장서 나온 물 먹은 북한 주민들 집단으로 '귀신병' 앓고 있다

인사이트풍계리 핵실험장 /뉴스1


[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북한의 핵실험이 이뤄졌던 풍계리 인근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민들이 처음으로 방사능 물질 피해 사례를 증언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제20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열린 북한 핵실험 피해 증언 기자회견에는 김순복(이하 가명), 이영란, 남경훈, 김정금 등 길주군 출신 탈북민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길주군 주민들이 핵실험장에서 내려오는 하천물을 식수로 써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 핵실험 이후 피부병, 결핵 등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 이를 두고 '귀신병'이라고 불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주민들은 북한의 정보 통제로 인해 핵실험 여부를 알 수 없었고 갑작스레 발생하는 병의 원인을 몰랐다는 설명이다.


길주군에서 56년간 거주한 이영란씨는 아들을 결핵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그는 "다 밥 먹고 사는 집들인데 결핵에 걸리니까 '별나다' 했다"며 "그런데 4년을 넘기지 않고 다 죽더라. 제 아들도 그런 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씨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탈북했다. 그는 "아들이 평양병원에서 치료받았으면 해서 탈북한 뒤 중국을 통해 아들에게 돈을 보냈는데 '길주군 환자는 평양에 발을 못 들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폭 문제는 한두 사람이 아니라 길주군 전 주민의 문제"라면서 "암 환자가 많아서 위암, 폐암, 췌장암 환자가 한 집 걸러 한 집 있고 한 두 달 있다가 다 죽는다고 한다"고 증언했다.


다른 길주군 탈북민 김순복씨는 "언젠가부터 류머티즘 환자를 비롯해 결핵, 피부염 환자들이 늘어났다"며 "사람들은 이 밖에 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채 시름시름 앓는 사람을 가리켜 '귀신병'에 걸렸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인사이트뉴스1


다른 탈북민은 "당국에선 방사능 피폭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고난의 행군' 때문에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서 영향을 미쳤다는 식으로 구실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로켓 발사가 주목받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는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북한의 개탄스러운 인권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여전히 길주군에는 핵실험 사실과 피폭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심각한 방사능 피폭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