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 문화재청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고대 가야 문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고분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17일(현지 시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인정된다"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 등 총 16건이 됐다.
17일 오후(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최응천 문화재청장(가운데)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 문화재청
가야는 기원 전후부터 562년까지 주로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작은 나라들의 총칭이다.
경남 김해에 있던 금관가야, 경북 고령의 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 문화재청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영남과 호남 지역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의 고분군 7개로 이루어진 연속 유산이다.
여기에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 고령 지산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고성 송학동 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등이 포함돼 있다.
경남 합천 옥전고분군 / 문화재청
이들 고분군은 가야의 역사와 문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타임캡슐'로 여겨진다.
가야는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삼국시대에 존속했음에도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옛 문헌에 남은 기록이 많지 않고, 그마저도 단편적이거나 일부에 그친 경우가 많다.
이에 구릉 능선을 따라, 혹은 나지막한 언덕에서 조성된 무덤에서 나온 각종 토기, 철기, 장신구 등의 유물은 가야의 면면을 드러내는 '보고'와도 같다.
특히 과거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주변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와 함께 존재했던 가야 문명을 실증하는 증거로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 / 문화재청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2013년 잠정목록에 오른 이후 10여 년 동안 민·관·학이 함께 마음을 모아 이뤄낸 쾌거"라고 강조했다.
세계유산위원회 측은 이번 등재를 결정하면서 유산 보호를 위한 노력도 당부했다.
위원회는 특히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사이로 난 도로가 유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완화하도록 하고, 고분군 7곳에 있는 민간 소유 부지를 확보해 각 유산을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7곳의 유산을 통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공동체의 참여 확대 등도 주문했다.
회의 기간에 맞춰 사우디 현지를 찾은 최 청장은 "세계에서 인정한 가야고분군의 가치를 지키고 널리 홍보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세계유산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