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나는 민원 없는 완벽한 교사"라고 말한 씁쓸한 이유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한 초등학교 교사가 민원 없는 '완벽한 교사'가 될 수 있었던 과정을 소개했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교사들의 소식이 전해져 온 가운데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는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교사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A씨는 "나는 학생과 학부모, 관리자 모두를 만족 시키기 때문에 민원이 하나도 안 들어온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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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두가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이 방법을 공유한다"면서 학부모의 민원을 받지 않고 교직 생활을 할 수 있는 꿀팁을 공유했다.


A씨는 "나도 처음에 다른 선생님들처럼 학생들에게 꾸지람도 하고 숙제를 많이 냈다"며 "어떤 날에는 하교 이후에도 남아있는 몇몇 학생들에게 사비로 간식을 사주고 놀아주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수업 시간에 떡볶이, 화채, 빙수 등을 만드는 체험 수업도 진행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A씨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본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가 선생님을 무서워한다', '학원에 지장 생겼다'는 항의를 시작으로 '일부 학생만 편애하는 거 아니냐', '그러다가 식중독 생기면 어떡하냐' 등의 민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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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신이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혼란스러워하던 찰나 그의 신념을 바꿀만한 사건을 연달아 겪게 됐다.


그는 "계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를 매뉴얼대로 신고했다가 아이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난리를 치는 일이 발생했다"며 "심지어 이 학생의 아버지가 안 계셔서 내가 3달가량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시키고 경찰서도 2번이나 가서 진술서를 썼다. 이 과정에서 아이 학부모랑 계속 연락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해당 사건이 마무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학부모와 통화하다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A씨는 "한 학생의 학부모와 전화를 하다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는 이유로 갑질과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면서 "학부모 측은 다음 날 교장실로 찾아오겠다고 협박한 뒤 내가 아이에게 윽박질렀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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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신의 교육 의지를 떨어뜨린 결정적인 사건은 '문제아'의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맨날 소리 지르고 다른 아이들에게 욕하던 '금쪽이' 학생은 훈계하는 A씨에게 "제가 안 하면 어쩔 건데요?"라며 업신여기는 듯한 발언을 일삼았다.


해당 발언을 들은 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느낀 A씨는 "그때 이후로 더 이상 수업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뭔가를 시키지 않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후부터는 학부모 상담할 땐 '교우관계 좋다', '수업 태도 좋다'는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고 아이들에겐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면서 "잔소리는 물론 일기와 숙제, 나머지 공부도 일절 시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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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모든 아이들을 무조건 같은 시간에 칼같이 하교시키고 학대당하는 아이를 보더라도 절대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A씨는 "수업은 항상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을 많이 주면 된다. 청소도 그냥 내가 다 해버리고 싸우거나 위험한 행동할 때 빼고는 그냥 놔두면 몇 년 동안 민원을 하나도 안 받을 수 있다"고 씁쓸하겐 조언을 마쳤다.


A씨의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결국 원인이 학부모 민원이었구나", "학부모들은 아동학대를 무기로 아는 것 같다", "나 같아도 교사로 살아남으려면 아이들 방치하고 싶을 듯", "얼마나 힘들었을까", "결국 해결 방법이 없어서 손을 놔버렸다는 거네. 너무 슬프다" 등의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달 14일부터 이틀간 4,687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1.4%가 "악성 민원을 받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악성 민원 등 인권침해의 가장 주요 행위자는 '학부모(81.1%)'가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학생 가족(8.5%)'. '학생(2.4%)', '지역 주민 및 기타 외부인(8%)'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