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목장 탈출했다가 사살된 암사자에 "불쌍하다" 동정론 나온 이유

인사이트사살 당한 암사자 / 뉴스1


'꼭 사자를 사살했어야만 했느냐'...암사자 사살 소식에 떠오른 동정론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경북 고령군 한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 한 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해 약 1시간 만에 사살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런 상황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암사자를 두고 '불쌍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암사자가 정식 통관을 거쳐 들어온 사자이고, 사살 당시 깡마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자가 살던 철재 우리는 비교적 좁은 곳이었다.


14일 고령군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4분께 암사자가 탈출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20년 정도 된 암사자가 우리에서 빠져나가 산으로 도주했다"고 알렸다.


인사이트뉴스1


이에 고령군은 주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인근 지역인 성주군 주민도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경찰·소방 등 인력 159명은 암사자를 잡기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


암사자는 탈출한 목장 인근 4~5m 지점 숲속에서 발견됐고, 경찰·소방과 동행한 엽사 2명이 약 20m 거리에서 엽총 각 2발씩 쏴 암사자를 사살했다. 사체는 고령군에 인계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꼭 사자를 사살했어야만 했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인사이트뉴스1


사살 당시 깡마른 상태였던 암사자, 살고 있던 곳도 좁은 철재 우리..."인명 피해 없게끔 빨리 조치"


사살이 아니라 생포라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었고, 사자는 멸종 위기 2급 동물이기 때문이다. 멸종 위기 동물인 사자는 정식 통관 절차를 밟아야만 사육할 수 있다.


더구나 암사자는 사살 당시 깡마른 상태여서 동정심을 더욱 유발했다. 사살당한 사자는 철재로 만들어진 좁은 우리에서 살고 있었다.


고령경찰서 측도 '사살'을 최우선으로 둔 건 아니었다. 


인사이트암사자가 살던 철재 우리 / 뉴스1


고령경찰서 관계자는 "고령군과 고령경찰서, 고령소방서 관계장이 협의해 사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생포를 위해 마취총 사용도 고려됐지만 인명 피해가 없게끔 빨리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암사자 사살 소식에 일부 누리꾼은 "인간들 때문에 죄 없는 사자만 사살 돼", "민가에 내려간 것도 아니고, 공격한 것도 아닌데 왜 죽이냐", "사자 상태가 말이 아니던데 목장 주인을 조사해 봐라"라는 등 분통을 터뜨렸다.


인사이트고령군 사자 우리 /뉴스1


한편 이와 비슷한 일은 2018년 9월에도 있었다. 대전시 중구에 있는 동물원 '오월드'에서 퓨마가 탈출한 사건이다. 당시 탈출한 퓨마는 탈출 5시간 만에 엽사 총에 맞아 사살됐다.


이번 암사자 사살 때와 같이 퓨마를 사살했을 당시 여론은 좋지만은 않았다. '왜 죄 없는 퓨마를 죽였느냐'는 동정론이 나왔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물원 폐쇄', '엽사 처벌'과 같은 글도 올라와 화제가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