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스카우트연맹이 잼버리 대회 조기 철수를 결정한 7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델타구역 한국관광 홍보 부스에서 관계자들이 차량에 짐을 옮기고 있다. / 뉴스1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최된 '제25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졸속행정 비판을 받고 있다.
전북 지자체의 준비 부족은 물론 정부의 잇따른 헛발질이 사태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행사를 주도한 여성가족부의 무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담당 공무원들이 국민이 모은 세금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외유성 출장까지 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국외출장연수시스템에서 잼버리 명목의 출장 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납득하기 힘든 출장 보고서가 여럿 확인된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잼버리와 연결 지을 수 없는 해외 유명 관광지를 다녀온 뒤 관계가 있는 것처럼 서술한 경우가 여럿 있었고, 구글링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을 마치 직접 찍은 것인냥 올린 경우도 여럿 확인됐다.
부안군 공무원 4명은 2019년 10월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로 10일간 출장을 간 것으로 나와 있다.
명목은 잼버리 대회 개최지였던 영국과 우수한 축제를 다수 보유한 파리를 방문해 도시재생 사례를 연구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둘러본 곳은 영국 버킹엄궁전, 내셔널갤러리, 웨스트민스터사원 등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오르셰 미술관 몽셸미셸 수도원 등을 다녀왔다. 하나같이 잼버리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인기 유명 관광지였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국민의 돈으로 자신들의 '버킷리스트'를 충족시켰다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더 황당하다. 구글 어스와 홈페이지·유튜브 영상을 통해 봐도 더 풍성하게 작성할 수 있었음에도 "10분마다 셔틀버스로 관광객 편의를 확대하고 환경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방문한 곳 중 잼버리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곳은 딱 한곳, '첼름스퍼드 하이랜즈파크'였다. 그럼에도 보고서에 담긴 사진 6장 중 4장은 페이스북 페이지, 홈페이지 등에 올라온 사진 '복붙'이었다.
또 다른 부안군 공무원들은 공산 국가여서 스카우트조차 없는 중국 상하이를 다녀오며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를 가져다 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GettyimagesKorea
조선일보에 따르면 전북도 공무원 5명은 2018년 5월 ‘세계잼버리 성공개최 키맨 면담 및 사례조사’를 목적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찾았는데, 이들 역시 부안군 공무원들과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
6박8일간의 여정 가운데 대부분이 선진 관광 정책을 분석한다는 이유로 주요 관광지 관광 일정이었다.
8일 중 3일은 잼버리를 개최한 경험이 없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베네치아(베니스)를 관광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 버킷리스트 지역이다.
베네치아 관광 후 작성한 보고서는 2014년 지역 매체가 올린 기사 내용을 완전히 복붙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