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최근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권 추락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교사노동조합 연맹 소속 국공립유치원 교사노조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사례를 파악한 결과, 학부모 갑질로 인해 유치원 교사들이 피해를 본 경우가 다수 있었다.
2019년 서울의 한 국공립 유치원에서는 학부모 A씨가 미납된 유아 학비 약 2만 9000원을 10원·100원짜리 동전 수백 개로 바꾼 뒤 유치원 원장에게 집어던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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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유치원 측이 장기 체납된 학비를 납부해달라고 거듭 요청하자 화가 나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본 원장은 "입에 담긴 어려운 욕설과 폭언도 참아야 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인천의 한 유치원에서 원아 간 다툼을 중재하다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 B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6개월 병 휴직을 냈다.
해당 학부모 부부는 물리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유치원과 교사에게 치료비 200만원을 물어내라고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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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교사 생활 10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학부모 측에서 치료비를 내놓으라며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31일 쿠키뉴스에 따르면 한 학부모는 임신한 교사에게 "왜 평일에 산부인과에 가나"며 "방학 때 출산하지 왜 이제 애를 가져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욕하는 아동의 문제 행동을 학부모에게 알렸다가 "우리 아이는 사랑이 많이 필요한데, 선생님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란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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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 따르면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4년간 전국 17개 시도에서 일어난 교육활동 침해 사례는 총 9163건으로 집계됐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비중은 초등학교 33.7%, 중학교 4.9%, 고등학교 5.0% 등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부터 교권 침해 사례를 파악하기 시작한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학부모로 인한 교권 침해 사례가 100%(총 5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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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에서의 교권 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유치원 교사의 교권에 대한 교원 및 학부모 인식' 논문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반말과 폭행을 당한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원아 모집이 시급한 사립유치원의 여건을 악용해 갑질을 일삼는 경우도 있었다. 저년차 교사들은 자신이 교권 보호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유치원 교사는 교권의 정확한 개념이나 교권 침해의 범위 등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관련 정보를 접하거나 교육 등을 받을 기회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