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장애 학생에 폭행당해 피멍 들은 특수교사에게 "피하지 왜 맞고 있었냐" 따진 학부모들

인사이트특수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학생으로부터 입은 상해 / 교사노동조합연맹


[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특수교사가 장애 학생에게 폭행 당하자 "피하지, 왜 맞고 있었느냐"고 말한 황당한 학부모의 반응이 충격을 안겼다.


최근 교권 침해에 관해 관심이 커진 가운데 지난 25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특수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폭행과 폭언을 겪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특수 교육활동은 신체적 제재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아동학대로 신고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손발이 묶인 상황이다. 


인사이트특수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학생으로부터 입은 상해 / 교사노동조합연맹


특히 교사들은 장애학생이라는 이유로 무수한 교권 침해 행위에도 '교사가 참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대구의 한 특수교사 A씨는 정서장애를 가진 학생에게 목이 졸리는 일을 겪었다. 다른 학생을 공격하려는 행위를 막으려다가 벌어진 일이다.


A씨는 머리채를 잡혀 내동댕이쳐졌고 주먹에 맞아 멍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건 학부모의 반응이었다.


해당 학부모는 A씨에게 "피하지, 왜 맞고 있었느냐"며 "우리 아이가 이유없이 그러지 않는다. 선생님이 뭔가 잘못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인사이트특수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학생으로부터 입은 상해 / 교사노동조합연맹


서울의 특수교사 B씨도 지난해 6학년 학생의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렸다. 


학생은 B씨를 처음 만난 날부터 머리채를 잡았고 얼굴에 침을 뱉거나 학습지를 찢어 얼굴에 뿌리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특수교사들은 교육 활동 중 염좌와 골절, 디스크 파열, 각막 손상으로 인한 시력 저하 등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현재 교사가 장애학생의 공격행동을 중재할 방안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2020년 국립특수교육원이 배포한 '도전적 행동중재 메뉴얼'에 따르면 교사가 장애학생에게 머리카락이 잡혔을 경우 학생의 손가락을 뒤로 젖혀 빠져나오도록 명시됐다.


그러나 서울의 한 특수교사 C씨는 "실제 현장에서 메뉴얼대로 했다가는 대부분의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게 될 것"이라고 현실성 없는 메뉴얼을 지적했다.


특수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특수교사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태도와 주변인들의 시선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의도적인 교권 침해 행위에도 특수교사라는 이유로 교권보호위원회조차 열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오히려 "장애가 있는 학생이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그것도 못 참느냐"며 교사를 탓하는 관리자도 많다.


일반 학교 특수학급에서 장애학생과 관련한 과도한 학부모 민원에도 "장애학생 관련 민원이니 알아서 대처하라"며 특수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특수교사들은 맞는 게 일상처럼 느껴질 정도이지만, 한편으로는 장애학생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걱정돼 선뜻 나서서 공론화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며 "장애학생의 도전 행동을 없애고 변화시켜 나가려는 특수교사들의 교육활동을 보호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