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미성년자랑 1500만원짜리 '롤렉스' 거래했다가 들튀 당한 남성이 전한 근황

인사이트A씨가 도난 당한 롤렉스 시계와 같은 모델 / Distinctive Time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중고 거래 중 물건을 도난당하는 경우 범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보통 닉네임 외에 다른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천만 원이 넘는 롤렉스 시계를 도난당한 뒤 직접 범인을 추적해 물건을 찾은 판매자가 있다.


지난 22일 연합뉴스는 중고 거래 중 거액의 사기를 당한 20대가 닉네임 하나만을 가지고 인터넷을 뒤져 범인을 잡고 경찰에 신고한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A(28)씨는 지난 2월 27일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서 1,5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팔기로 하고 집 근처에서 18살 B군을 만났다.


B군은 잠시 물건을 보자며 롤렉스 시계를 건네받더니 바로 달아나 버렸다.


집 앞에서 잠깐 만날 것이라 생각해 슬리퍼를 신고 나온 A씨는 절도를 작정하고 나온 B군을 따라잡지 못했다.


A씨는 B군의 당근마켓 닉네임 밖에 알지 못했기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을 잡기 힘들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닉네임을 가지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며 범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B군이 명품 신발을 판매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번호까지 게시한 것을 알아냈다.


그는 또한 인터넷 사기 피해자들이 휴대전화 번호와 계좌번호를 공유하는 사이트에서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B군의 사진과 거주지 등을 얻어냈다.


A씨는 해당 정보를 이용해 SNS에서 B군과 같은 얼굴과 이름을 찾았다. 그가 B군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다음 날인 2월 28일 B군의 정보를 바로 경찰에 전달했고, 결국 B군은 자수했다.


하지만 B군은 자수를 한데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다시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경찰은 B군이 미성년자라 처벌도 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노한 A씨는 직접 B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B군은 "시계를 이미 헐값에 팔았고 그 돈을 다 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계를 누구에게 팔았는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A씨는 이제 시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3월 2일부터 그는 시계를 거래하고 감정하는 곳들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도난당한 롤렉스 시계가 매물로 나왔는지 문의하고, 모든 중고 거래 사이트를 뒤졌다.


그러던 중 부산에서 자신의 제품이 매물로 나온 것을 알게 됐고 즉시 부산으로 내려가 경찰과 함께 시계 매도자를 만났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B군이 훔친 시계는 처음에는 500만 원에 판매된 후 다시 800만 원에 현 주인에게 도달했으며, 현 주인은 1,000만 원에 물건을 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A씨는 현행법상 시계를 그냥 돌려받을 수 없었다. 그는 현 주인이 매입할 때 지불한 800만 원을 내고 시계를 받아야 했다.


A씨는 일단 서울로 돌아왔으며 이런 내용을 모두 정리해 지난 3월 4일 추가로 경찰에 전달했다.


그렇게 A씨는 하루 만에 도둑을 잡고 사흘 만에 시계를 찾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천 남동경찰서는 A씨가 전달한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B군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 주인이 범죄와 관련 없이 물건을 정당히 구매했기에 A씨가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민사 소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연합뉴스에 "범인이 실형도 안 받고 나만 혼자 손해를 보게 됐다. 이게 대한민국 피해자의 현실이다. 절도 당한 게 죄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초범에 미성년자면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고 부추기는 꼴이다. 법이 너무 약하니 미성년자 범행이 유행하는 거 아닌가. 피해자가 아무런 보호를 못 받는다는 느낌이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