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한국인 10명 스위스서 '조력사망'...가입자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아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인간답게 살다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존엄사.


세계적인 거장 감독 장 뤽 고다르, 호주의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 세기의 미남 배우 알랭 들롱 등 유명인이 존엄사를 택하면서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존엄사를 원하는 이들은 1942년부터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는 스위스를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서울신문은 스위스에서 조력사망 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망한 한국인이 최소 10명으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조력사망을 돕는 4개 단체 중 디그니타스에서 5명, 페가소스에서 4명, 라이프서클에서 1명의 한국인이 각 단체의 도움으로 사망했다. 엑시트인터내셔널을 통해 조력사망을 택한 한국인은 없었다.


또한 조력사망 단체에 가입한 한국인은 약 300명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기준 디그니타스는 136명, 엑시트인터내셔널은 55명, 라이프서클은 13명의 한국인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디그니타스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입자 수가 가장 많았다.


다만 페가소스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페가소스가 다른 단체에 비해 조력사망 승인 절차가 덜 까다로워 회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사이트2010년 스위스에서 조력사망을 한 프랑스의 레즈비언 운동가이자 작가 미셸 코스 / Swiss TV 'Dignitas - la mort sur ordonnance'


이처럼 자국이 조력사망을 허용하지 않음에도 스위스 단체를 통해 조력사망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조력사망 단체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말기 환자나 통증이 심한 난치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하지만 스위스는 관련 법이 없어 허용 기준이 모호하고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국에서 조력사망 자격이 되지 않거나 신체가 건강한 사람도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인사이트디그니타스 블루하우스 / Dignitas


일각에서는 단체들이 비영리를 표방하며 후원 명목의 가입비와 거액의 조력자살 비용을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죽음을 상업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조력사망 단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연간 80~100스위스 프랑(한화 약 12만~15만 원)의 회비 또는 220스위스프랑(약 32만 원)의 일회성 가입비를 내야 하며 조력사망을 진행할 때 의사 상담 및 처방, 약값, 수행비, 장례비 등을 포함해 7천 500~1만 500스위스프랑(한화 약 1,000만~1,500만 원)을 내야 한다.


스위스까지 가는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2,0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는 것.


일반인이 느끼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이에 결국 조력사망 또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문호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신문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국 돈 있는 사람의 스위스로 가 편안하게 죽고, 없는 사람은 비참하게 죽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라면서 "국가가 이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도 헌법이 명시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따라 조력사망을 법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말기에 이른 환자가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는 '조력존엄사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조력사망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