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남은 아이들 걱정돼 자수 못했다"...냉장고에 아이 2명 '유기'한 엄마의 자필 편지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아이를 낳자마자 살해한 뒤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는 '수원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의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29일 중앙일보는 전날 피의자인 고모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통해 전달받은 자필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고씨는 "저는 수원 영아 사건의 친모입니다"라며 편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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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먼저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살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생활고와 산후 우울증에 방황하던 제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 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썼다.


이어 "(아기들이)매일 매일 생각났다"고 했다. 


고씨는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자수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엄마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것 같아서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해야지 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씻는 법, 밥하는 법, 계란프라이 하는 법, 빨래 접는 법 등을 알려주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첫 조사 때 거짓말을 하고 이런 것들을 알려줄 시간을 벌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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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는 "아이들 친구에게 연락이 오는데, 과도한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면서 "아이들은 제발 보호해달라. 제발 저희 아이들 상처받지 않도록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주장했다.


또 "죄는 잘못한 만큼 달게 받겠다.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면서 편지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은 고씨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살인 또는 영아살해 혐의로 30일 수원지검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전해졌다.


인사이트뉴스1


고씨는 검찰 송치 전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이 진행하는 집중 조사에 동의해 조만간 범행 당시와 현재 심리를 분석하는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고씨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 부부는 현재 초등학생인 막내의 어린이집 원비를 500만 원 이상 납부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해졌다.


고씨의 변호인인 유형빈 변호사는 "영아 살해 사건은 보통 사람들이 느껴보지 못한 극도의 흥분 상태, 수치심, 압박감이 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고씨가 남편에게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고, 베이비박스에 두고 오면 유기죄로 처벌받을까 두려워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