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야한 옷이 성폭력의 원인"…국민 10명 중 5명, 아직도 이렇게 생각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여름 날씨에 시원해진 옷차림.


간혹 어르신들은 노출이 있는 옷차림의 여성들을 보면 쓴소리를 하곤 한다. 노출이 있는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옷차림이 성범죄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 성폭력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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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만 19~64세 남녀 1만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성폭력 관련 인식과 통념을 살펴보면 응답자 52.6%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피해 후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46.1%), '금전적 이유나 상대한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39.7%),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32.1%), '키스나 애무를 허용하는 것은 성관계까지 허용한다는 뜻이다'(31.9%) 순의 답변이 나왔다.


'술을 마시고 하는 성적 행동은 실수로 용납될 수 있다'(13.2%), '성폭력 피해자는 행실이나 평판이 안 좋은 사람이다'(17.6%)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률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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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남녀 모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동일 연령대에서도 여성보다 남성의 성폭력 관련 통념이나 고정관념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라는 항목은 30대 남성(43.5%)에게서, '피해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제로 성관계(강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20대 남성(27.7%)에서 '그렇다'는 응답률이 특히 높았다.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질문에서는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을 겪을까 봐 두렵다'(36.2%)라는 문항에서 '그렇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의 방문이 무섭다'(30.8%), '평소 폭행·강도·절도 등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한다'(30.1%), '나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가 유출돼 성범죄에 활용되고 있을까 봐 두렵다'(28.6%),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촬영됐을까 봐 두렵다'(25.5%)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 응답자의 경우 대부분의 문항에서 '그렇다'는 응답이 10% 내외였지만, 여성 응답자는 모두 30%를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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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 1순위는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 마련'(16.7%)이 가장 높았다.


2순위는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16.6%), 3순위는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합당한 처벌'(13.9%)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년간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돼 피해자의 권리보호에 대한 정책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불법촬영, 성추행, 강간 등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PC, 휴대전화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피해'(9.8%), '성기노출 피해' (9.3%), '성추행 피해' (.9%)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한 번이라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6%, '한 번이라도 피해자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0.6%로 나타났다.


필요한 도움과 지원은 '각종 정보 제공'(56.3%), '피해상담'(55.9%), '삭제지원, 유포현황 모니터링'(48.0%), '법률지원'(42.2%) 등 순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