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거북선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국비 등 20억원이 들어갔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남 거제시의 거북선이 결국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19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된 '거북선 1호'가 한 달이 넘도록 인도되지 않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계약에 따라 이달 26일까지 이전하지 않으면 철거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경상남도와 거제시는 12년 전인 2011년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비 등 20억원을 들여 120톤짜리 대형 거북선을 제작했다.
당초 승선 체험 등 관광용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완성된 직후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새 관광객을 태우지 못하고 수년째 방치됐다.
파손된 거북선의 선미 부분 / 뉴스1
여기에 국내산 '금강송'을 쓰겠다던 계약 업체가 계약을 어기고 사용된 목재의 80% 이상을 외국산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차익 10억원을 남긴 업체 대표가 구속됐고, 거북선은 '짝퉁 거북선'이란 오명을 얻게 됐다.
결국 거제시는 매각을 시도했으나 무게가 100톤이 넘어 이동이 쉽지 않고 활용 방안도 마땅찮아 7번이나 유찰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달 8번째 입찰에서 낙찰되긴 했으나 낙찰 금액은 감정평가금액 1억 1750만원의 1.3%에 불과한 154만원이었다.
파손된 거북선의 선미 부분 / 뉴스1
전해진 바에 따르면 낙찰자는 낙찰 대금을 모두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도 시기를 연장해달라고 시에 통보한 상태다.
낙찰자는 이 배를 자신이 소유한 땅으로 옮겨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송 비용이 1억원에 달하는 데다 이송 예정지가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이다 보니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입찰자가 자신의 사유지에 해당 거북선을 이전하려고 하는데 그곳이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이라 거북선을 설치하려면 부지 용도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수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상 25일까지 거북선을 인수하지 않으면 낙찰 계약은 해지된다"며 "태풍으로 거북선이 쓰러질 가능성도 있어 26일 이후 폐기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괴산읍 동부리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설치된 괴산군민 가마 / 뉴스1
거북선 이외에도 지자체에서 거금을 들여 만들었으나 애물단지로 전락한 조형물이 전국 곳곳에 있다.
충북 괴산군은 지난 2005년 7월 5억원을 들여 초대형 가마솥을 만들어 "군민 4만명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밥을 짓겠다"고 했으나 밥의 윗부분은 안 익는 문제가 있어 실제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에서 만든 높이 7m짜리 희망우체통도 세계 최대 우체통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나, 지난 201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 9.5m짜리 우체통이 등장하면서 타이틀을 뺏기고, 사실상 방치되다가 사용이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치밀한 계획 없이 진행되는 지자체장들의 업적 쌓기용 사업에 대한 감시가 더욱 강화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