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딸을 혼냈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무릎을 꿇리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한 피아노 강사의 폭로가 나왔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학부모님께 무릎꿇고 빌었습니다..이게맞는건가요..'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다.
지방의 작은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학생에 대한 저의 대처에 화가 난 학부모가 교습소에 찾아와 3시간 넘게 무릎 꿇고 빌라며 소리 지르고 가셨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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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따르면 학부모의 8살 딸 B양은 A씨에게 주 1회 50분씩 두 번, 총 100분의 수업을 받고 있으며, 휴식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컨디션에 따라 조절하고 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4일 발생했다.
B양은 이날 유난히 집중을 하지 못하고 수업 참여를 힘들어했다.
첫 번째 수업은 잘 했으나 두 번째 수업 시간부터 힘들어하더니 쉬는 시간을 충분히 주었는데도 "하기 싫어"라며 피아노 연습을 거부하고 교재를 던졌다.
해당 시간에 다른 아이들도 함께 있었기에 아이를 계속 둘 수 없다고 판단한 A씨가 "연습실로 들어가"라고 소리치자 B양은 울먹이며 연습실로 들어갔고 A씨는 따라 들어가 B양을 달랬다.
하지만 B양의 태도 문제는 계속됐다. 연필을 든 B양은 피아노 건반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고 A씨가 "이게 지금 뭐하는 거야"라며 목소리를 높여 혼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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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이 난 B양은 다시 울기 시작했고 A씨는 안아서 달랜 뒤 하원 시킨 후 학부모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학부모는 A씨에게 전화해 "피아노 건반 까진 곳은 없냐. 배상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라며 사과했다.
A씨는 아이가 연필로 그린 것에 배상받을 필요는 없다고 답했고 상황이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뒤 돌연 학부모는 다른 태도를 취했다.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알린 B양의 학부모는 A씨가 메시지로 레슨비와 교재비에 대해 안내하자 6일 뒤 교습소에 찾아와 "내가 어이없어서 찾아왔다. 친구랑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학부모한테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냐. 내가 어려 보이겠지만 나이가 많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다른 엄마들한테 보내서 물어봤다"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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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음에도 학부모는 "(딸이 혼난 날) 당신이 소리 지른 건 얘기 안 하고 아이만 잘못된 것처럼 얘기하느냐"라면서 "당신 때문에 우리 애가 트라우마가 생겼다. 당신을 '마녀 선생님'이라 하더라. 애 자존심 상하게 왜 다른 애들 다 있는 데서 뭐라고 하느냐. 밖에 나가서 따로 얘기했어야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학부모는 A씨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무릎을 꿇으라는 말에 발끈한 A씨는 "제가 무릎을 왜 꿇어야 하냐. 어머니는 집에서 훈육 안 하시냐. 녹음하고 있으니 말씀 조심해달라"라고 맞받아쳤다.
A씨는 격분한 학부모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몸을 밀쳐 넘어뜨린 뒤 계속 소리를 질렀다고 주장했다.
다른 피아노 강사들이 겨우 말려 몸싸움은 그쳤으나 학부모는 아이를 데려와 A씨에게 직접 사과하게 했고 A씨와 학생은 울면서 사과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마이 시크릿 호텔'
학부모는 "둘이 있을 땐 또박또박 말대답을 하더니 주변 사람들이 오니 나를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고 우는 척한다"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A씨가 인사도 안 하고 눈 까딱하면서 째려 보다 '나는 잘못 없다', '어머니는 훈육 안 하시냐' 이러면서 말대꾸 또박또박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나한테도 무릎 꿇고 빌고 내 딸에게도 무릎 꿇고 사과해"라고 소리쳤다.
A씨가 무릎을 꿇지 않자 학부모는 "너는 을이야. 내가 갑이고. 나는 학부모야. 너는 내가 뭐라고 하든 가만히 있어야 해. 너는 네 엄마 아버지가 뭐라고 해도 대드는 스타일"이라고 맹비난했다.
결국 A씨는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A씨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그저 비는 수밖에 없겠다'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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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무릎을 꿇은 A씨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행동 똑바로 해라. 부모한테 배우려면 제대로 배우고 와라"라고 훈계했다.
이어 "우리 아이 정신 상담 센터 다니게 해서 비용 청구하겠다. 소송할 테니 알고 있어라"라고 엄포를 놓은 후 떠났다.
A씨는 녹취록을 공개하며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렸는데도 소송까지 걸겠다고 하니 분노나 수치심을 넘어 이제는 두렵다. 정말 제가 아동학대로 소송을 당할만한 일을 한 것인지 정말 억울하고 괴롭다. 제 대처가 그렇게까지 잘못된 거냐"라면서 "괴로워하는 저를 보고 아버지가 전화해서 사과했다. 어머님은 저희 아버지께 '지가 잘못했는데 감히 어디서' 등의 말씀을 반복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