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10일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는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특수잠입, 탈출 등)의 혐의로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직국장 A씨(52),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48), 민노총 산하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씨(54), 제주평화쉼터 대표 D씨(51)가 구속됐다.
이들은 민노총 중앙, 지역별 노조에 지하조직을 구축한 뒤 북한 공작원과 해외접선, 비밀교신을 하며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광현 수원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이 1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합법적인 노조활동이라는 명목으로 활동하면서 철저히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사 결과, 총책 A씨는 북한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공작원이 20여년 동안 따뜻한 동지로 혈육의 정을 맺었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이 북한 공작원과 주고받은 '대북통신문 약정음어'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총회장님'으로 표기돼 있다. 북한 문화교류국은 '본사'로, 지하조직은 '지사' 등으로 불렸다.
이들 주거지와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을 한 검찰은 역대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 최대 규모(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적들의 압수수색'이라는 표현을 사용며 "USB 등 암호자재를 폐기하고 소각하는데 특별히 신경쓰라"는 지령까지 내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 등은 북한의 지령에 따라 다른 노조원들을 포섭하는데도 특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포섭할 노조원의 생년월일과 소속단체, 성향, 출신지를 미리 북한에 보고하고 일반 사교 관계에서부터 시작해 노조원의 가정방문까지 해 북한의 검열을 받았다. 이후 최종적으로 북한문화교류국의 승인을 받아 포섭을 완료했다.
청와대, 검찰, 통일부 등 권력기관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인맥을 형성하라는 지령도 받았으며,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 입수 등을 확보하라는 지령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도록 지시하고 반대 세력인 정당은 음해하라는 지령도 받았다.
현재 A씨 등은 모두 진술거부를 일관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