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우리나라 사형 안 하지 않냐"...검찰이 사형 구형하자 가족 살해한 남성의 최후 진술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내와 10대 두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지난달 31일 검찰은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부(남천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46)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건 당일) 자식들에게 '앞으로 잘 지내자'면서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듯 안심하게 하고 아내를 나가게 하는 등 범행을 유리하게 만들었다"며 "현장에 자기가 없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CCTV 없는 계단으로 올라가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잔혹한 범행으로 아내는 사랑하는 두 자녀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하는 걸 목격하며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며 "두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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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피고인은 범행 전 미리 흉기를 구매했고 이후 피해자들의 자살로 위장하려고 했다"면서 철저한 계획범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범행을 자백하고 있으나 다중인격장애와 기억상실을 앓고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점을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기억상실과 다중인격을 이야기한 것은 심신미약이나 감형을 위한 주장이 아닌 본인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말한 것"이라며 "감히 사과한다는 말을 드리기도 송구하나, 반성하고 있고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모든 일은 제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항소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주셨으면 좋겠다"며 "저에게는 삶이 더 이상 의미 없는 상황인데 사형이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을) 안 하지 않냐. 부디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8시 10분께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내(당시 42세)와 두 아들(15세·10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2년여 전 회사를 그만둔 후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면서 아내와 갈등을 빚어오다 큰아들이 자기 슬리퍼를 허락 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폭언한 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큰아들과 아내, 막내아들을 차례로 살해한 뒤 인근 PC방에서 2시간가량 만화를 보다 집으로 돌아와 "외출하고 오니 가족들이 칼에 찔려 죽어있다"고 울며 119에 신고했으나, 주변 정황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자백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선고는 오는 28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