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저출산 문제가 시급하다. '국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 정부가 지난 15년 동안 쓴 저출산 예산은 380조원에 이르지만 성과는 '처절한 실패'에 가깝다.
지난 1월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나 전 부위원장은 아이를 낳은 부부에게 정부가 신혼부부 주택자금 등 대출 원금을 탕감해주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저출산 극복 모델로 소개되고 있는 헝가리는 1980년대부터 인구가 감소했다. 1981년 1070만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두 번의 급락을 거쳐 40년 동안 전체 인구의 10%(127만명)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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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헝가리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다. 우선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은행에서 1000만 포린트(한화 약 4000만원) 를 대출해주는 제도를 걸었다.
지난 2022년 기준 헝가리의 월평균 임금은 45만 포린트다. 한 사람의 2년치 연봉 정도 되는 액수다.
이 금액을 5년 만기로 빌려준다. 대출을 받은 부부는 이자만 내고 이 돈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만기인 5년이 지나기 전에 아이를 낳으면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대신 은행에 이자를 내고, 부부는 보증료 0.5%만 지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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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낳으면 원금의 3분의 1을 탕감해준다. 셋째를 낳으면 원금이 전액 탕감된다. 탕감된 금액은 정부에서 은행에 대신 갚아주는 구조다.
단순히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을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자녀가 3명 이상인 집에 자동차 구매 비용 일부를 지급하거나 주거비와 시험관 시술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정책도 쏟아냈다.
물론 비판이 일었다. 돈을 빌려도 이자를 내야 하므로 저소득층은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는 지적과 한정적인 재정에서 막대한 돈이 나갈 것이란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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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책 발표 7개월 만인 2019년 9월 헝가리의 결혼율은 1년 사이 20%가 증가했다.
30년 만에 기록한 최대 결혼율이며 9월만 두고 봤을 때는 40년 만의 기록이었다. 합계출산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0년에는 1.52명까지 회복했다. 현재 27개 EU 국가 중 15위 수준이다.
헝가리의 저출산 대책과 출산율 증가의 상관관계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경제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국가에선 가계 소비에서 주택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출산율이 낮아졌다. 분석 결과 주택 지출 비중이 1% 늘어나면 여성 1인당 출생아 수는 약 0.014명 감소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출산율과 주거비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우리 정부는 내년부터 신생아에게 1년 동안 약 1500만원 정도의 현금성 복지를 지원한다. '첫 만남 이용권 200만원', '부모 급여 월 100만원', '아동수당 월 10만원' 등이다.
다만 이는 태어난 첫해에만 한정되고, 이듬해부터는 급속하게 줄어든다. 부모 급여는 24개월 동안만 지급되고 액수도 만 1세부터 50만원(내년 기준)으로 절반이 된다.
이후 만 8세까지는 아동수당 10만원이 현금성 복지의 전부다.
카탈린 노박 헝가리 가족부 장관 / Wikipedia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3637만명인 생산연령 인구는 2040년에 2852만명으로 뚝 떨어진다.
카탈린 노박 헝가리 가족부 장관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현금성 복지가 지출이 아진 투자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출산율 극복의 골든타임은 현재 20~30대인 1990년대생에게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인구 규모가 있기 때문이다.
가임 인구 수가 줄어들기 전, 1990년대생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