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졸업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송아지' 1마리씩 주는 전라도의 한 초등학교

인사이트완도 화홍초 제공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전라남도 완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진행된다. 


2명의 졸업생이 장학금으로 '송아지'를 받았다. 


6일 화흥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졸업생 2명은 이날 '상왕봉장학회'로부터 7개월 된 송아지 한 마리씩을 장학금으로 받았다. 


졸업생은 총 3명이지만 3년 재학 기준을 채우지 못한 1명은 장학회 규칙에 따라 제외됐다.


인사이트화흥초등학교 / 네이버 지도


송아지를 받은 졸업생들은 축사를 운영하는 친척에게 송아지를 맡겨 키울 계획이다.


한 졸업생은 "송아지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처음에는 놀랐다"며 "자라는 송아지를 보면서 간호사 꿈도 키워가겠다"고 장학금을 받은 소감을 전했다. 


화흥초의 송아지 장학금은 47년째 이어지고 있다.


1977년 화흥초 동문과 졸업생들이 학교 뒷산인 '상왕봉'의 이름을 딴 동문 장학회를 결성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인사이트완도 화흥초 제공


장학회는 당시 귀했던 송아지 6마리를 사서 축산농가에 맡겨 종자 기금으로 불려 졸업생들에게 장학금 대신 송아지를 줬다. 


송아지 한 마리가 성장하면 대학 등록금까지 감당할 수 있는 목돈이 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것이란 기대에서다. 


송아지 장학금을 수여 받은 부모는 자녀를 고등학교까지 공부시켜야 하며, 새끼를 출산하면 1마리는 후배들을 위해 반드시 장학금으로 기부해야 한다는 규정도 넣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장학회의 혜안 덕분에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장학금으로 지급된 송아지 6마리가 다시 학교로 돌아와 이 중 2마리가 이번 졸업생들에게 전달됐다. 


47년 동안 졸업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된 송아지는 250여마리에 이른다. 


현재 화흥초 재학생은 39명이다. 이 중 6학년이 10명으로 내년에 졸업을 하면 학생 수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선주 화흥초등학교 전 장학회운영위원장은 "내년에는 장학금으로 지급할 송아지가 부족해 동문 등을 대상으로 모금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라며 "학교가 문을 닫지 않는 이상 송아지 장학금도 지속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