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지난 5월25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가는 모습 / 뉴스1
고통스러워하는 장애인 딸 살해한 엄마, 징역 12년 구형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뇌병변 1급장애를 앓는 친딸을 38년 동안 돌보다가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60대 친모가 검찰로부터 중형을 구형받았다.
살인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친모 A씨에게는 징역 12년이 구형됐다.
A씨 측 변호인은 "딸이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받으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혈소판 부족으로 항암치료마저 못 받자 마음이 꺾였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말했다.
A씨는 "딸을 제대로 잘 돌봐야 하는데 당시는 버틸 힘이 없었고 제가 죽으면 누가 딸을 돌볼까 걱정돼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뿐이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 복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수면제 양이 부족해 미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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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불쌍한 제 딸을 죽인 저는 죄인입니다"
이 가운데 40년 가까이 A씨가 딸을 돌봐온 것을 본 남편, 아들, 며느리, 사돈 등의 가족이 재판부에 손으로 직접 쓴 탄원서를 냈다.
A씨의 남편은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느라 2주에 한 번 집에 왔고, 아들은 결혼 후 분가해 A씨 홀로 돌봄을 도맡는 상황이었다.
코로나까지 겹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도 A씨는 갓 지은 밥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매일 두 끼 새 밥을 지어 먹일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A씨는 올해 1월 딸이 3기 대장암 판정을 받으면서 항암 치료를 시작, 약을 먹는 것도 힘들어하는 딸을 보며 함께 괴로워해 중증의 우울증을 겪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말 이씨가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직후 극단적 선택했지만 살아남게 된 이씨는 경찰, 검찰에서 범행 일체를 인정했다.
A씨는 재판부에 "불쌍한 제 딸을 죽인 저는 죄인입니다"라고 반성문을 내기도 했다.
법무법인 다솜
가족들이 직접 손으로 쓴 탄원서 내용
아들 B씨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40년 가까운 세월 누나를 돌보며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갇혀 살아오신 어머니를 다시 감옥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껏 힘들게 버텨온 저희 가정 무너지지 않게 간곡히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탄원했다.
A씨의 시누이는 "자기는 여행 한 번 못 가면서 다른 가족들이 불편해할까 봐 '딸은 내가 돌볼 테니 가족 여행 다녀오라'고 하는 사람이었다"고 썼다.
그의 며느리도 "기회만 주신다면 시어머니를 평생 곁에서 돌보며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 공판은 오는 1월 1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