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어플 캡처
상위 1%만 가입할 수 있다는 소개팅 어플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상위 1%만 가입할 수 있다는 소개팅 앱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능력 있는 남성들과 아름다운 여성들의 사교모임을 주선한다"고 선전하는 해당 어플의 해원 수는 14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입하려면 꽤 까다롭다. 남자의 경우 12가지 항목 중 1가지 이상 인증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남성은 단 한 개도 인증하기 힘들다.
해당 어플 캡처
"당신은 가입 가능하신가요?"
슈퍼카·수입차 인증하기, 고급아파트(네이버부동산 시세 기준 20억 이상) 인증하기, 전문직(판사, 의사, 변호사, 5급 공무원 등) 인증하기, 고소득(30대 7천만원 이상) 인증하기, 엘리트 집안 인증하기 등이다.
고급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인증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내야하고, 1억 5천만원 이상의 슈퍼카를 가졌다면 차량등록증을 제출해야 한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임을 인증하려면 자격증을, 억대 연봉이라면 연봉 계약서를 내야 자격을 인증 받을 수 있다.
어플 홈페이지 캡처
반면 여성은 '외모' 하나로도 가입이 된다. 심사에서 프로필 점수 3.6점 이상을 받으면 통과되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남성들의 프로필을 볼 수 있다.
해당 소개팅 어플 측은 "엄격한 인증 심사를 통과한 회원님과 외모 심사를 통해 골드스푼에 가입할 여성 회원님을 직접 심사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외모를 평가받아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가입 조건이 낮다는 평이다.
어플 홈페이지 캡처
검증된 사람 만날 수 있어 vs 남자 경제력, 여자 외모라는 프레임 나빠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노골적이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한 검증된 이성을 만날 수 있어 오히려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 조건만 갖추면 가입할 수 있어 수백만원에 가까운 가입비를 지불해야 하는 결혼정보회사보다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만 일부는 씁쓸함을 표하기도 한다.
한 이용자는 "남성은 경제력, 여성은 외모라는 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한 것 아닌가 싶어 불편함을 느낀다"며 "자연스러운 만남이 아닌 계급을 나누는 만남을 계속할 자신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왜곡된 학벌주의와 외모 지상주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권위원회 전경 / 사진=인사이트
경제력과 외모 등을 가입 조건으로 삼는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과 관련해 인권위원회에 성별과 학벌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진정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지난 5월 자칫 '스펙형 소개팅 앱'이 성차별적인 편견과 부정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스펙형 소개팅 앱'에서와 같이 현실 사회에서도 출신대학, 직업 등 사회적 신분에 따라 인간을 범주화하고 다르게 대우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면, 이는 또 다른 사회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만 인권위는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지적된 '스펙형 소개팅 앱' 이외의 다른 대체 수단이 많고, '스펙' 없이 간단한 신분 인증으로 가입 가능한 다른 소개팅 앱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또 가입 조건이 인종이나 키, 국적과 같이 개인이 쉽게 통제하거나 바꿀 수 없는 요소를 기준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더불어 스펙을 중요시하든 인성을 높게 보든 간에 선호하는 이성의 조건은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해당한다는 점도 판단의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