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에서 살아 돌아온 광부, 尹 대통령에 2가지 '무거운' 부탁 했습니다
매몰 사고로 211시간 동안 갱도에 갇혀 있다가 구조된 작업 반장 박정하 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두 가지 부탁을 했다고 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구조된 광부, 윤석열 대통령에게 두 가지 부탁을 해...첫 번째 부탁은 '현장 점검'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21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무사히 구조된 작업 반장 박정하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거운' 부탁을 남겼다고 한다.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작업반장 박 씨는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두 가지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자는 박씨에게 "퇴원하면 제일 먼저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씨는 "어제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이 왔더라. 두 가지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 말대로 전날(6일)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등은 윤 대통령의 쾌유 기원 카드와 선물을 들고 박 씨에게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첫 번째 부탁으로 '현장 점검'을 요청했다.
그는 "광산이 사고 나기 전에 관계 기관에서 안전 점검을 왔었다"며 "그리고 바로 그 이튿날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옷에 흙도 안 묻히냐...그렇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두 번째 부탁은 '보고'를 제대로
그러면서 "보고서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실제로 가서 안전한지 두들겨도 보고, 만져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옷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점검하나, 그렇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씨는 '보고'를 강조했다.
그는 "형식적이지 않은 검사를 한 뒤, 보고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는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며 "겉핥기식으로 점검하다 보니깐 예고 없는 이런 사고들이 발생하는 거 아니겠나"고 강조했다.
26년 경력의 베테랑 광부 박씨는 지난 8월 29일 자신이 사고당한 광산에서 동료 광부를 구하기 위해 구조 활동을 하기도 했다.
사고 당시 동료들이 자신을 구하러 올 거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다는 박정하 씨
안타깝게 당시 사고에서는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게 됐다.
박 씨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광산에 종사하고 있는 광부들은 마지막 보루다. 그 사람들은 사실 어디 갈 때 없어서 광산에 일하는 사람이다.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사고 당시 동료들이 자신을 구하러 올 거란 믿음을 단 한 번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제가 광부들의 습성을 좀 안다. 동료애라는 건 다른 직종의 동료들보다 굉장히 더하다"며 "질릴 정도로 끈기 있는 인간애가 있다. 그래서 절대 그런(구조를 포기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은 안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돼서 나가는 순간 수많은 동료가 밖에서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봤을 때 제가 그 동료들한테 정말 고맙다는 위로를 해 줄 정도로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고 구조 당시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작업 반장 박씨, 건강 상태 묻자 "근육 상태 많이 좋아져...다만 트라우마 좀 있어"
한편 박씨는 라디오에서 자신의 현재 몸 상태를 밝히기도 했다.
박씨는 "근육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다만 정신적으로 받았던 트라우마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는 도중에 소리도 좀 지르고 행동 자체도 커지는 게,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저보다 더 힘든 분들, 저도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힘내시고 열심히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