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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외국인 의대생이 전한 참상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외국인 생존자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인사이트이태원 참사 현장 / 뉴스1


이태원 압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멕시코 생존자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는 무려 156명의 사망자를 낸 안타까운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비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한 이번 참사로 중상자는 29명, 경상자는 122명으로 총 151명이 부상을 당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26명의 외국인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이트뉴스1


멕시코인 줄리아나 벨란디아 산타엘라(Juliana Velandia Santaella, 23)는 15명의 외국인 부상자 중 한 명이다.


지난달 31일 줄리아나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직접 겪은 이태원 참사 현장을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exels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고 당해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의대생인 줄리아나는 29일 친구 캐롤라이나 카노(Carolina Cano, 21)와 함께 이태원에 방문했다.


오후 10시 8분께 내리막길을 따라 골목을 걸어내려가던 두 사람은 군중에 의해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이 점차 많이 몰리면서 사고의 중심이 된 골목길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천천히 언덕 아래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줄리아나는 친구 카노와 떨어졌고 다른 사람들의 몸이 강하게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이후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인사이트줄리아나 벨란디아 산타엘라 / Facebook


"발이 땅에 닿지 않아"...29일 밤 이태원 골목길의 긴박한 상황


줄리아나는 "어느 순간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았다.  그때부터 호흡이 어려워졌다"라면서 "폐가 납작해지는 것을 느꼈고 입으로 얕은 숨을 들이마시는데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던 사람들은 점차 몸을 축 늘어뜨리고 침묵에 빠졌다"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무게가 실리면서 압박을 당한 줄리아나의 몸은 점차 마비되면서 다리에 감각을 잃었고 발가락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인사이트뉴스1


정신을 잃으려던 찰나 위 높은 난간에 있던 한 청년이 줄리아나의 팔을 붙잡고 끌어올렸다.


이후 오후 10시 57분 그녀는 의식을 되찾았고 몇 분이 지난 후에야 다리에 다시 감각이 돌아왔다.


줄리아나는 "이미 바닥에는 의식을 잃은 시신이 즐비해 걷기도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카노에게 연락했고 이태원역에서 다시 만났다.


줄리아나는 "껴안고 많이 울었다.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기적"이라고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고 이후 후유증으로 숨쉬기 힘들어"


그녀는 겨우 집에 돌아갔으나 다음날 열이 나 가톨릭병원 응급실에서 4시간 동안 안정을 취해야 했다.


줄리아나는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받았다.


'횡문근융해증'이란 외상으로 근육에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나면서 생긴 독성 물질이 순환계로 유입되는 질환이다.


이 독성 물질은 신장의 필터 기능을 저하해 급성 세뇨관 괴사 혹은 신부전증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줄리아나는 다리에서 횡문근융해가 발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또한 숨을 너무 깊게 쉴 경우 흉통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생존자들, 경미한 부상이라고 불편함 느끼면 바로 병원 찾아야


한편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 현장 생존자들에게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조금만이라도 불편하다면 병원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생존자들은 신체적으로 강한 압박을 받았고 이는 골절 또는 '압박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줄리아나가 진단받은 '횡문근융해증'이 압박 증후군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하면 근육 통증, 경직, 부종, 혈액순환 저하, 배뇨 장애, 소변 색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