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8년 차 의사가 쏟아낸 '쓴소리'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8년 차에 접어든 의사가 자신이 일하며 느꼈던 점과 비밀 등을 말하며 의료계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12일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의사 8년하고 느낀점..."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소개됐다.
현직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지난 8년간 일하며 느꼈던 점들을 12가지로 간추려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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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기초 수급자 언급하며 "치가 떨려"
주요 내용을 보면 알코올중독환자에 대해서 "죽기 전에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 치료를 이어가면서도 술을 끊지 못하는 일부 환자들에게 하는 말처럼 보인다.
또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가난한 이들을 언급하며 "제일 악질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초 수급자만 보면 치가떨린다"며 "(병원)와서 X판 치는 사람들을 보면 다 수급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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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비인기과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거다"라며 "자신이 다시 의사를 한다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피부미용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의사가 많은데 보상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한탄했다. A씨는 "의사도 저녁과 가족이 있는 삶 보내고 싶지 않겠냐?"면서 "언제까지 개인의 사명감만 강요할래..?"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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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누리꾼들, A씨 의견에 "공감 간다"는 반응 보여
말미에는 "의사 수가 늘면 다 해결될까?"라는 물음표를 남겼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감간다"며 A씨의 말에 동조했다. "진짜 의사가 고된 직업이네요", "그저 돈만 많이 버는 직업으로만 생각했는데 고충이 정말 많겠다", "이 글 보니까 부모님 수술해 주신 의사 생각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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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국 지방의료원의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의료원 35곳 가운데 26곳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료원의 결원율은 지난 2018년 7.6%에서 올해 14.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전북이 결원율 26.1%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전남, 충북, 대구, 경남이 이었다.
전국 지방의료원 가운데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와소아청소년과 등 4개 필수진료과 의사가 모두 있는 곳은 23곳으로 65.7%에 불과해 30% 넘는 지방의료원이 필수진료과 의사조차 충원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보건소 상황도 비슷하다.
강은미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 의무직 공무원 정원은 총 245명이었지만 53명만 임용돼 충원율이 21.6%에 불과했다.
충남에는 보건소 16곳과 보건지소 151곳이 있지만 의사는 8명뿐이었으며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한 명도 없었다.
다음은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전문이다
1. 알코올중독은 죽기 전엔 안 끝난다
피 토하고 간성혼수와도 죽어야 술 그만 마심
2. 정신과 약 먹는 사람 너무 많다
보통 위생관념부터 사라지더라 신기함
나도 잘 안 씻는데 정신병인가?
3. 10년 내로 소아, 노인들은 병원도 못 가보고 죽는 사태 올 거다. 아니? 이미 진행 중
내가 있는 대학병원만 해도 소아과 레지던트가 없어서 소아응급실이 없다.
이 지역구 자체의 소아를 보는 대학병원이 없어
경증 환자 때문에 중증 환자가 못 들어오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4. 비인기과 기피 현상은 더 심해졌다
나 때는 대충 점수 맞춰서 과 갔는데
이젠 재수 삼수해서라도 비인기과는 피한다
사람 살리는 의사가 점점 없어진다
5. 가난한 XX들이 제일 악질이다
기초수급자만 보면 치가 떨린다
와서 X 판치는 애들 보면 다 수급자
6. 소송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
이제 의사가 왜 과실이 없는지 증명해야 하는데
내가 진짜 잘못이 없는걸 증명하는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누가 사람 죽이고 싶겠냐?
잘못이 없어도 병원은 소송비용 땜에 그냥 몇백 주고 덮으려 하는 게 현실이다
무죄 받는데 쓰는 비용 시간보다 그냥 합의금 주는 게 싸니까
7. 의사는 군대 38개월로 고정이다
현역보다는 당연히 낫지
근데 우리는 현역 가고 싶어도 못가
강제로 38개월이야
선택권이라도 주면 좋겠다 왜 강제하는지?
○학생 말고 의사 말이야
8. 날 땐 인턴 월급이 180 이었다
주 108시간 정도 일했었고
전공의 법이 생겼고 합법적으로 이제는 88시간 굴릴 수 있다. 지금은 300따리로 알고 있다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 비인간적인 노동이 지속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간간이 전공의들이 사망했다는 기사 보면 씁쓸하다
9. 후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피를 토해도 바이탈과는 하지 말란 거다
사명감 가지고 올 거면 소송 걸려도 막아줄 재력이나 연줄 있으면 해라
10. 다시 의사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어 다시 의사할 거고
사람 살리는 과는 안 가고 피부미용할 거임
추가
11. 이미 바이탈과 의사는 자기와 버리고 머리 심거나 성형 피부미용으로 빠져서 일하고 있다. 자리도 없고 돈도 못 벌거든
12. 사명감 가지고 일하는 의사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내가 일하는 대학병원은
심근경색 환자 혈관 뚫으려고 병원 앞에 사는 심장내과 교수
뇌출혈 환자 수술 땜에 역시 항상 당직 대기 중인 신경외과 교수 이런 의사 1명만 잃어도
그 지역 심근경색 뇌출혈 환자는 병원도 못 가보고 죽는 거다
자기 삶 포기하고 일하는데 그거에 대한 보상은 턱 없이 적거든
의사도 저녁과 가족이 있는 삶 보내고 싶지 않겠냐?
언제까지 개인의 사명감만 강요할래..?
의사수 늘리면 다 해결될까?
우리나라 필수의료는 더 망해야 된다
댓글 보고 느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