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세종대왕님 한탄하실 듯"...인천 송도·청라에 빼곡하다는 '외국어 도로명'

인사이트청라사파이어로 / 네이버 지도 캡쳐


인천 곳곳에 있는 다소 '독특한' 도로명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는 청라사파이어로, 크리스탈로, 청라커낼로 등 다소 독특한 이름의 외래어 도로명 표지판을 볼 수 있다.


특히 사파이어, 크리스탈 등 보석과 관련된 도로 명칭이 적지 않은데 정작 청라는 보석과 별다른 연관이 없다.


'청라'라는 명칭은 매립 전에 있던 섬 '청라도'에서 가져왔지만 이마저도 색깔을 의미하는 푸를 청(靑)이 아닌 우거질 청(菁)이라 더욱 보석과는 의미가 무관하다.


인사이트로봇랜드로 / 네이버 지도 캡쳐


외래어가 섞인 도로명은 청라뿐 아니라 송도와 영종 등에서도 확인됐다. 영종에는 왕산마리나길·미단뉴타운로 등이 있으며 송도에는 아트센터대로·아카데미로·컨벤시아대로 등이 있다.


이외에도 청라커낼로·로봇랜드로·비즈니스로 등이 있는데 그렇다면 도로명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도로명은 향토사학자 등 민관 전문가 위원이 참여하는 주소정보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다만 신도시의 경우 지역 역사성보다는 주요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정해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난해한 외래어 도로명, 바꿀 수는 없을까?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언어 바로 쓰기' 사업을 추진하며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는 추세다. 다만 2014년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 이후 8년간 굳어진 명칭들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도로명을 변경하려면 해당 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인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주소정보위원회 심의에 오를 자격이 생기지만 현실은 어려운 실정이다.


외래어 도로명, 전국에 얼마나 있을까


인천 말고도 다른 지역에서도 외래어 도로명이 확인됐다.


부산 APEC로(부산시 해운대구 우동)를 시작으로 모듈화산업로(울산시 북구 효문동), 엘지로(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갈곶리), 파인토피아로(경북 봉화군 봉화읍 문단리), 테크노중앙로(대전시 유성구 관평동), 머드로(충남 보령시 신흑동), 터미널안길(세종시 조치원읍 상리) 등이 그것이다.


지난 2015년 6월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사용 중인 도로명 16만 1609개 가운데 경기도가 35개로 외래어 도로명 사용이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인천시 21개, 전남 17개, 충남과 대구 각각 12개, 부산 11개, 강원 10개 순이었다. 이어 경북은 9개, 서울·광주·충북 각 8개, 경남 7개, 전북 4개, 대전·울산·제주 3개, 세종이 2개였다.


인사이트지난 2021년 도로명주소법 개정안 / 행정안전부


전문가들은 지난 2006년 도로명주소법 제정 이후 2014년 1월 1일 본격 시행되기까지 8년이란 긴 준비 기간을 거쳤지만 결국 졸속 추진이라는 한계점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외래어 도로명은 특히 산업단지나 주요 건물을 중심으로 하거나 '그린, 테라피, 에코' 등 유행하고 있는 막연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주변 환경이 변화할 경우 다시 개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